[이미영 기자] 삼성이 또 다른 고민을 시작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40층과 41층. 19일 오전 내내 조용하던 이곳은 오후 들어 분주해졌다. 이날 새벽까지 꼬박 밤을 새우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실질 심사 결과를 기다렸던 미래전략실 핵심 임원들이 간단한 휴식을 취한 후 돌아와 향후 대책을 위한 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면서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그렇다고 무죄가 된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불구속상태에서 특검 조사는 물론 재판도 받게 된다.

유무죄를 떠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것 만으로도 삼성에 따가운 질책이 가해지고 있다. 쇄신안엔 이 점을 고려해 정경유착 의혹을 털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방안들이 담길 전망이다.

삼성은 앞서 2008년 차명 계좌 및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건희 회장과 함께 최고 경영진들이 모두 사퇴하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이후 전문 경영인 중심의 협의체로 경영을 주도하게 하고 사외이사의 역할을 확대했다. 당시 구조조정본부의 후신인 전략기획실도 해체하기도 했다.

삼성이 올해 새로운 쇄신안을 내놓는다면 이같은 경영 시스템 개선이 많든 적든 담길 전망이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위원회나 협의체를 만들어 수뇌부에 집중된 의사결정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가능하다. 그룹차원의 큰 틀에서의 기획은 단순화, 최소화하고 계열사 중심의 의사결정과 이사들의 책임성을 살리는 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 집단적 의사결정이 되는 만큼 효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실수를 줄이는 효과는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큰 틀에서 대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순환출자로 얽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은 제도적인 제약이 너무 많고 경영승계를 둘러싼 오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과제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0대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경제민주화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며 제도적으로 지주사 전환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게 됐다. 가령 대기업집단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할때 의결권이 살아나오는 자사주를 소각하도록하는 법안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삼성 쇄신안은 거시적 차원의 접근 보다 미시적 차원에서 전문경영인과 계열사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분권화 방안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이는 미래전략실 해체나 개편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략, 홍보, 인사, 기획을 포함, 6개로 나눠 그룹 경영을 강력하게 총괄하는 미전실은 삼성의 중앙집중적 관리의 표본으로 읽혀져 왔다. 현실적으로 거대그룹을 지휘할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불가피해보이지만 미전실이 하던 역할과 규모, 조직 등은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쇄신안 내용과 함께 발표 시기도 고민이다. 특검 조사 기간 중에 쇄신안을 발표할지, 재판 과정을 모두 마무리한 뒤 발표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쇄신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자칫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고 고려대상이다.

한편 삼성은 영장 기각 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상에서 '역시 삼성공화국'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의 말이 돌며 반삼성 기류가 강해지는 것도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완전히 결별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조직 문화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넘어야 할 산 많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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