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지법 향하는 김기춘과 조윤선
[김민호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과감한 압수수색과 거침없는 피의자 소환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가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청구 기각으로 '일단 정지'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은 피했지만 기소는 확실해 대통령을 조준한 수사에는 별다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수사가 거듭될수록 최순실씨가 나라 곳곳에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그리고 20일 구속여부가 결정되는  김기춘-조윤선 뿐이다.

현재 특검은 이번 수사에 ‘위증 고발 요청’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의 진술을 분석해 수사 내용과 다를 경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위증 혐의로 고발을 요청하는 것이다.

특검이 국조특위에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을 요청한 사람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이다. 김기춘 전 실장,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등은 국조특위가 나서서 특검에 위증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죄는 법정에서 위증한 것보다 형량이 무겁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이 법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 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뿐이다. 형법 제152조에는 법원 등에서 위증한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보다 형량이 더 높은 것이다.

특히 위증은 증거인멸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의 주요 요건 중 하나를 증거인멸 우려로 보고 있다. 수사 대상으로 삼은 영역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특검은 비교적 입증이 쉬운 위증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추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갈 길은 먼데 해가 짧다'

현재까지 특검은 다양한 돌파구를 마련하며 수사를 순조롭게 이끌고 있다. 하지만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70일로 정해진 짧은 수사 기간에 비해 밝혀야 할 의혹이 너무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련한 각종 의혹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등에 대해서는 수사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씨 일가가 수천억원대 재산을 형성한 과정을 밝히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검찰 수사부터 법원 인사 및 징계, 각종 보수단체 관리를 한 의혹까지 밝혀내기에는 수사 기간이 너무 짧다.

여기에 아직까지 수면 아래에 있는 최경환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특검이 수사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유병언 회장의 500억 대환대출 의혹이 대표적이라는 것도 20일 발행된 '선데이저널'의 지적이다.

바꿔 말하면,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불법과 비리가 그만큼 거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검 수사 기간은 30일 연장이 가능하지만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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