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정부가 저소득층 등 서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1단계에서 즉시 지역가입자 583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 2만원(20%) 인하된다. 이후 3단계까지 인하 세대는 606만 세대(80%)로 늘고 인하폭도 월 4만6000원(50%)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피부양자의 경우에도 1단계에서 유소득 피부양자의 3.6% 수준인 7만세대(10만명)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이후 46만세대(59만명)으로 대상이 확대돼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중 고소득·고재산가인 21% 수준에서 보험료가 매겨진다.

직장가입자의 경우에는 보수외 소득보험료 부과대상이 6%(13만 세대)에서 12%(26만 세대)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오히려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안대로 지역가입장에 대한 '평가소득'이 폐지되면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성·연령에 따른 소득보험료 부과는 사라지겠지만 '최저보험료'가 신설돼 기존 가장 낮은 보험료보다 최대 5배이상 높아진다는 점 때문이다.

◇송파 세모녀, 생계형 체납자 등 보험료 인하

 대상별로 보면 우선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촉발시킨 송파 세모녀의 경우 월보험료가 4만8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낮아진다.

송파 세모녀는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가 부과되던 문제가 있었다. 자녀의 성·연령 등에 매기던 평가소득 등 3만6000원 수준이었던 소득보험료가 최저보험료인 1만3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또 월세 5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에 대해 부과되던 1만2000원 상당의 재산 보험료는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배우자와 자녀 1명과 함께 4000만원짜리 전세에 거주하는 B(47)씨의 경우도 보험료가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B씨가 연소득 150만원 이하라면 소득보험료는 6만3000원 수준에서 1만8000원 수준까지 낮아지게 된다. 재산보험료는 무주택 전월세 공제 기준인 '4000만원 이하'를 적용해 지금 같으면 1만2000원을 내야했던 재산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보험료도 ▲1600㏄ 이하 소형차(4000만원 이하) ▲9년이상 자동차 ▲승합차·화물·특수자동차 등 기준에 따라 자동차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B씨의 건보료는 현행 7만9000원 수준에서 1만8000원으로 모두 월 6만1000원 정도 내리게 된다.

갑작스레 퇴직해 지역가입자가 된 40대 퇴직자 C(43·여)씨의 경우도 기존 같은 '보험료 폭탄'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가 연소득이 424만원, 자녀 3명과 함께 5000만원짜리 전세집에 거주하고 1600㏄ 이하 소형차를 보유했다고 가정했을 때다.

소득보험료는 6만3000원에서 4만원 수준으로 낮아지고, 재산보험료는 1만2000원에서 79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4100원을 내야했던 자동차 보험료는 부과에게 제외되면서 월보험료는 7만9000원에서 4만8000원 수준으로 내려가게된다.

생계형 체납자 D(47)씨의 경우에도 소득이 없기 때문에 최저보험료만 내면 되고, 2800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재산보험료 7900원이 발생했던 것을 내지 않아도 돼 월 보험료는 1만7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피부양자, 연소득에 따라 보험료 부과

 피부양자는 연소득과 재산 기준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될 수 있다.

연금소득이 1941만원인 F씨의 경우에도 싯가 11억원(과표 5억5000만원)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월 20만1000원 상당의 보험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보험료는 5만원, 재산보험료는 15만1000원상당이다.

피부양자 인정범위도 축소돼 형제·자매 등은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30세 미만, 65세 이상 형제·자매가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하면 피부양자로 인정된다.

◇월급외 고액소득 직장가입자 제외하면 보험료 변동 없어

 직장가입자의 대부분은 보험료 변동이 크지 않겠지만 월급외 연 34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할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연간 3540만원의 소득외 금융소득으로 연 6861만원을 올리는 I(45)씨의 경우에는 보수외 소득의 보험료로 17만7000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보수외 소득에서 부과기준 3400만원을 공제하고 남은 3461만원에 대해 회사부담분 없이 보험료율 6.12%를 적용한 금액이다.

연 6000만원의 보수외 소득이 발생하는 상가 임대소득자 직장인 J(33)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수외 소득 분에 대해 보험료를 매겨 13만3000원의 보험료가 인상되게 된다.

 
최저보험료 논란…"생계형 체납자 양산"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안대로 부과체계가 개편될 경우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는 현행 월 3590원에서 단계별로 1만3100원~1만7120원까지 4배이상 높아진다.

직장가입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일정소득 이하에 대해서는 모두 직장 가입자와 같은 최저보험료를 적용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정부는 1~2단계를 추진하면서 현행 보험료가 최저보험료보다 낮은 지역가입세대에 대해서는 현행 보험료 수준을 유지하고 인상분을 전액 경감하는 방식으로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전체 지역가입자 1415만세대중 117만 세대가 여기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단계부터는 경감분을 인상액의 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해 또다른 논란을 야기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대신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추가 경감을 통해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마련된 방침은 없는 상태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정부의 부과체계 개편안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주빌리은행 등과 함께 개최한 '건강보험체납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따르면 2016년 7월 누적 기준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는 약 138만4000세대로 총 체납액은 2조4131억원에 달한다.

체납액은 지난 2008년말 1조6404억원과 비교하면 7년6개월동안 연평균 1030억원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를 6개월이상 체납할 경우 보험료 환수와 연체료 부과를 조치하고 급여 혜택을 제한해 이중고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지역가입자중 생계형 체납자는 불과 2000~3000원을 내지 못해 장기체납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가소득 폐지로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전반적으로 줄겠지만 취약계층과 차상위계층에는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복지사각지대 계층중에서도 이미 상당수가 체납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보험료가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의료급여 대상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도 건보료 대납 등을 감안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건강보험의 사회보험 성격상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도 있다.

그동안 직장-지역 가입자간 형평성 문제가 갈등의 불씨로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양측의 보험료 수준을 동등하게 맞춰야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이라는 점에서 저소득층이 일정 부분의 부담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보험료 경감을 잘 운영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국민연금이 성숙되지 않아 소득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노인계층, 소득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 한부모 세대, 소년소녀 가정 등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취약계층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