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차은택(48·구속 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검찰에서 털어놓은 것은 '최순실씨와 고영태가 내연관계였다'는 것.

23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와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내연관계라고 진술했느냐’는 박 대통령 측 질문에 “‘그렇게 추측된다’고 이야기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고 전 이사가 아침에 만나자고 해서 청담동 레스토랑에 갔더니 최씨와 고 전 이사가 붙어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내연관계를 의심했다’고 진술했냐”는 질문에 “당시 분위기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처럼은 안 보였다”고 말했다.

또 최씨가 “고씨 집에 갔더니 젊은 여자가 있어서 ‘누구냐’고 묻자 도리어 ‘아줌마는 누군데요?’라고 하더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라고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며, 이것이 ‘바람피워서 헤어지는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으로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고씨를 만났을 때 눈물을 글썽이며 ‘죽고 싶다’고 해 이유를 묻자 ‘몰라도 돼요. 그런 게 있어요’라고 한 적이 있다”며 1976년생인 고씨가 돈 때문에 1956년생인 최씨를 만난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 금전 문제를 놓고 다투거나 최씨가 헤어진 고씨 집에서 고급 시계를 회수해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최씨가 남편 정윤회씨랑 헤어지기 전부터 고씨와의 관계가 시작됐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그분이 언제 이혼했는지, 최씨가 고씨와 언제부터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차씨는 “고씨는 존대를 했지만 최씨는 반말을 하는 사이”였다며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둘은 동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기억했다.

이날 차은택은 “최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무회의 말씀자료를 수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014년 말~2015년 초 서울 논현동 사무실로 회의를 하러 가서 최씨가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작업하는 장면을 종종 봤다”며 “방에 있다 보면 모니터를 볼 수 있는데 ‘몇회차 국무회의록’ 등의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어 “최씨가 컴퓨터로 작업하는 경우는 그것(국무회의 말씀자료 수정)밖에 없었다”며 “2~3주에 한 번씩 최씨 사무실에 회의하러 가면 늘 그런 작업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차씨는 그러나 최씨가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연락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휴대전화가 있다”며 “최씨는 그 전화기로 전화가 오면 회의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하거나 최씨 본인이 나가서 받았는데 제 느낌에는 박 대통령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분이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당시 사용하던 전화기는 4개가량 됐다고 진술했다.

한편 차 씨의 이러한 폭로성 진술은 모두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의 신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이 탄핵사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 같은 폭로를 이끌어 냄으로써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시킨 고영태 씨의 평판을 흠집 내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 고 씨에 대한 '전과조회'를 요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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