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 변호인단이 연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헌법재판소를 향해 조직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는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설 명절을 앞두고 장외에서 여론전을 펼치려는 듯한 모양새다.

특검을 향한 공세는 25일 최씨의 특검 사무실 출석에서 시작됐다.

최씨는 이날 오전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자마자 취재진에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라고 고함치면서 '강압 수사' 주장을 제기했다.

이어 헌재 탄핵심판정에서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재의 심판 진행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대리인단의 전원사퇴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기획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기도 했다.

26일에도 유사한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26일 오전 서초구 정곡빌딩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이 최씨에게 폭언을 하고 변호인을 배제하는 등 인권침해 수사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씨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변호인을 따돌리고 구속된 피고인을 신문했다”고 특검팀을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최씨는 특검팀으로부터 ‘삼족을 멸하게 만들겠다’는 말을 듣는 등 차마 입으로 옮기기 어려운 폭언에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의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보다못한 한 시민이 나타나 "(최씨가) 왕이라도 되냐"고 소리쳤다.

서울 서초동에 산다는 위은옥씨는 기자회견이 끝날 때쯤 이 변호사에게 "(최씨가) 민주주의가 뭐래요"라고 소리치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민주주의 입에 올리지마. 순실이 왕국 꿈 무너져 억울하겠지! 입 열고 공손하게 특검에 임하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최순실 때문에 억울하다. 자기가 뭔데. 왕이라도 되냐"며 "최순실이 민주주의를 아냐. 광장에 나가 집회에 참석이라도 해봤냐"고 외쳤다.

이어 "나도 똑같은 아줌마다. 자기가 무슨 대접을 받고 조사를 받아야 하냐"며 "이 정도로 하는 것도 국민이 봐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헌법은 그렇지 않다"고 하자 "헌법 제1조가 뭐냐. 자기가 대통령이냐"고 받아쳤다.

이에 이 변호사가 "어떤 의도가 있어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어제 최순실 출석 장면을 보고 화가 나서 잠도 못자고 나왔다"며 "자기 자식, 자식 손자만 중요하냐"고 답했다.

이 변호사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위씨는 취재진들에게 "최순실이 어제 특검에 나오며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나왔다"고 밝혔다.

86년도 대학에 입학했다고 밝힌 위씨는 "민주주의를 짓밟은 사람이 무슨 민주주의라는 말을 쓰냐"며 최씨를 비판했다. 그는 "살림하고 애들 키우는 주부"라며 "어디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도 모르고 자기 자식, 자기 손자만 귀하다는 것이냐"며 "특검이 자기를 공주 모시듯 수사해야 되나. 쥐어박지 않으면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에도 20대 청년이 이 변호사에게 "악마의 변호사 꺼져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순실씨의 돌발 발언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며, 돌발 발언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사죄를 뜻을 전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설 명절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에서 일련의 행동들이 연이어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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