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야누스(Janus)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신이다. 2개의 방 사이에 있는 문은 어느 쪽에서 여느냐에 따라 앞뒤가 바뀐다. 그래서 야누스는 2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1월이라는 뜻의 January는 야누스에서 나왔다. January는 지난 해와 새해를 드나드는 문인 셈이다.

야누스의 계절 1월, 두얼굴의 최순실이 유난히 바쁘다.

최씨는 지난 25일 오전 11시16분께 호송차를 타고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지난해 12월24일 첫 특검 출석 당시 마스크를 쓴 채 말없이 특검 조사실로 향했던 최씨는 이날 고개를 뻣뻣이 들고 취재진을 향해 작정한 듯 억울함을 토해냈다.

최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박 대통령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특검팀을 맹비난했다. 물론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행동이다.

그리고 다음날 26일 오전 특검팀에 출석한 최씨는 언제 그랬느냐는듯 전날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아무런 말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지난해 10월31일 독일에서 귀국한 최씨가 검찰에 첫 출석했을 때 보여줬던 모습과는 180도 돌변한 것이다. 당시 최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겨우 말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전문가들은 최씨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해 우선 특검의 '공정성'과 '강압성'을 문제 삼아 판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설 연휴 민심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해 수십 년간 정치권 주변에 있던 최씨가 '돌발 행동'의 시기까지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26일 "최씨가 특검 조사가 편파적이고 잘못됐다는 것을 선언하면서 여론을 흔들려고 한다"며 "수사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특검 자체를 흔들고 공정성 문제를 여론에 호소해 정치적인 문제로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설 연휴를 앞둔 25일 박 대통령 및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 등도 동시에 (최씨와) 같은 목소리를 낸 점은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한국경제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전격 출연했다.

 
같은 날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늦어도 3월13일까지 탄핵심판을 선고해야 한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중대 결심' 운운하며 총사퇴를 강하게 시사했다.

최씨의 돌발 발언, 박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집단사퇴 암시 등 일련의 움직임은 모두가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짜여진 각본'이라는 이야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씨 개인의 의사결정이 아닌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면서 "일련의 체계적인 흐름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씨가 특검에서 잘못을 시인할 경우 박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자신이 버텨줘야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계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의 '자기방어' 심리가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쉼 없이 계속되는 법원과 헌재 재판에서 각종 증인들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불리한 진술에 위기감을 느낀 최씨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독일에서 막 들어왔을 때는 대중에 처음 노출돼서 불안,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검찰에 대응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씨가 언론을 대상으로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강압 수사, 왜곡된 언론에 의한 일종의 희생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현재 심리를 짚었다.

일각에서는 최씨의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난 것으로도 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시오패스의 주요 특징은 후회하지 않고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소시오패스는 자기애성이 지나칠 경우 주변 사람들을 노예처럼 착취하고 거기에 대해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지금 정도면 지치고 자포자기하면서 '죄송하다'고 수그러지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향인데, 최씨는 오히려 더 당당하고 뻔뻔해졌다"며 "최씨가 보여준 모든 성향이 소시오패스와 일치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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