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요즘 식당 메뉴표에 '소주 5000원'이란 표시를 해 놓은 집이 늘어나고 있다. 아예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식당도 적지 않다.

회사원 김모50)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고깃집에서 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계산을 하려다 소주 한 병 가격이 5천원으로 찍혀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4명이 삼겹살 8인분과 소주 6병을 먹었는데 가격이 15만원에 육박했다.

바가지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든 김 씨가 식당 주인에게 "소줏값이 언제 이렇게 올랐냐"고 묻자 "병당 5천원으로 오른 지 좀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듯 서울·수도권 식당을 중심으로 소주 한 병 가격이 기존 4천원에서 5천원으로 한꺼번에 1천원이나 올랐다.

때문에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 사이에서 김 씨처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는 병당 1천15.70원이다. 이는 출고원가 476.94원에다 주세 343.40원, 교육세 103.02원, 부가세 92.34원이 포함된 가격이다.

공장 출고가가 참이슬보다 약간 싼 1천6.5원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이런 구조는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1천원대 초반에 출고된 소주는 일종의 중간 유통상인 주류 도매장으로 넘어가고 전국에 약 1천300개가 있는 도매장은 병당 약 300~400원의 마진을 붙여 식당과 같은 일선 소매점으로 넘긴다.

일선 식당이 도매장에서 소주를 넘겨받을 때의 가격은 병당 1천300~1천400원대에 불과한 셈이다결국 1천원대에 불과하던 소줏값은 식당으로 건너온 뒤 최종 소비자들에게 팔릴 때에야 병당 5천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 붙어 팔려나간다.

한 소주업체 관계자는 1일 "소주업체가 3~4년만에 한 번씩 가격을 올릴 때의 인상폭은 병당 몇십 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것이 식당으로 건너가면 몇천 원씩 마진이 붙어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당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주 소비자가란 것이 단순히 술 자체의 가격만이 아니라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모두 반영된 가격이라는 것이다.

종로구의 한 고깃집 사장은 "요즘 떼돈 버는 음식점이 얼마나 되느냐"며 "경기 불황으로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도 다 어려운 상황이고 그나마 소줏값이라도 좀 인상해 손해를 덜 보자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중구의 A식당 주인도 "소주업체가 가격을 올릴 때마다 소비자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두세 번 올릴 때까지 소비자가를 묶어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올리기 때문에 인상폭이 큰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아무리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가 올랐다 하더라도 출고가가 1천원 안팎에 불과한 소주를 식당에서 5천원이나 받아먹는 것은 식당 주인들이 임대료 인상 등을 핑계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회사원 최모(39) 씨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출고가와 소비자가 차이가 4천원이나 나는 건 중간에 그만큼 마진을 남겨먹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라며 "정확한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률을 밝히지 않는 이상 식당 주인들의 말을 100% 믿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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