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정유라 씨(21) 모녀의 독일 현지 대출을 도운 시중은행 간부를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데 외압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 씨에게 유재경 미얀마 대사를 추천한 것도 이 본부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본부장은 KEB하나은행 독일 법인장을 지낼 당시 삼성전기 유럽 법인장을 지낸 유 대사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사와 이 본부장은 대학 동기다.

특검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에게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이상화 KEB하나은행 삼성타운지점장을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특검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경제수석이었던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54·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고위층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는 그대로 관철됐다. KEB하나은행은 박 대통령의 지시 직후, 해외사업본부를 1·2본부로 분리한 뒤 2본부장에 이 지점장을 앉혔다. 지난해 1월 KEB하나은행 독일 법인장을 마치고 정기인사에서 삼성타운지점장 발령을 받은 이 씨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임원급인 본부장으로 승진하자 KEB하나은행 내에서는 갑작스러운 인사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고 한다. 특검은 최근 정 부위원장을 소환해 이 본부장의 승진에 외압을 행사한 경위를 조사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금융감독 기구를 관장하는 청와대 수석을 시켜 금융위 고위 간부를 통해 최 씨를 도운 은행 간부의 승진을 챙긴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특검은 최 씨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국 정부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를 빼돌리는 데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청와대에 추천한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대사를 최 씨에게 소개한 사람도 이 본부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은 1일 ‘K타운 프로젝트’ 참여를 대가로 M사의 지분 20%를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최 씨를 체포해 이 본부장과의 관계 등을 추궁했으나, 최 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도 최순실 인맥?

한편 미얀마 K타운을 시찰한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도 최순실의 독일 인맥인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임명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TV조선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코이카 임명때부터 뒷말이 많았다. 당시 외교부 출신이 가는 관례를 깨고, 대한무역투자 진흥 공사 코트라 출신이 공모 열흘만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외교부 출신 고위 관계자는 "코이카 이사장 인사가 의아해 알아봤더니, 미르 측 추천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김 이사장도 독일통이다. 김씨는 1997년부터 3년 동안 코트라 베를린 무역관장을, 2002년 초부터 2003년 말까지는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장을 지냈다. 최씨 추천으로 주 미얀마 대사에 오른 유재경 대사도 삼성전기 유럽본부장으로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했다.

최순실씨는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독일에 회사 6곳을 차릴 정도로 독일을 자주 왕래했는데, 이 시기는 김 이사장이 독일서 활동하던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케냐 원조 사업 현장에서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이 대통령 바로 옆에서 수행할 정도로 친밀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김 이사장 역시 최씨의 독일 인맥 중 한명으로, 이사장 임명 과정에 최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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