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비서관들을 통해 여당 의원들에게 영화 ‘다이빙벨’을 비판해 줄 것을 요청한 것에 이어 경찰청장 출신인 허준영(65)씨가 2년 전 한국자유총연맹(자총) 회장 보궐선거에서 차기 회장으로 당선되자 당시 조윤선(51·구속) 청와대 정무수석이 개입해 허씨의 취임을 막으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최대 보수우익 단체로 박근혜 정권의 주요 우군인 자유총연맹에 당초 청와대 측이 밀던 후보 대신 원치 않던 허씨가 수장으로 들어오게 되자 이를 저지하거나 길들이기 차원에서 압박을 가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대를 나오고 이명박 정부에서 코레일 사장을 지낸 허씨는 '친이계'로 분류된다.

2일 자유총연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15년 2월25일 제15대 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를 치러 허씨를 차기 수장으로 선출했다. 허씨는 연맹 대의원 371명의 투표에서 181표를 얻었다. 해병대 사령관 출신인 전임 김명환 회장이 비리 혐의로 중도 사퇴함에 따라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였다. 허씨의 임기는 김 회장의 잔여 임기 1년이었다.

자유총연맹은 그러나 이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청와대가 회장 후보 중 특정인을 미리 낙점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고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선거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됐다.

우여곡절 끝에 허씨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내부 혼란은 계속됐다. 선거에서 2위를 한 이동복(79) 전 국회의원이 허씨의 회장 취임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내는 등 후유증이 이어진 것이다. 중앙정보부·안기부 출신으로 대표적 보수우익 인사인 이 전 의원은 선거에서 149표를 얻어 32표 차이로 허씨에게 패배했다.

그런데 뉴시스 취재결과 당시 이 전 의원 측이 허 회장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내기 전 청와대 측과 사전 교감을 나눈 정황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가 확보한 자유총연맹 내부 문건에 따르면 회장 선거 다음날인 2월26일 연맹 부회장 중 한 명의 측근인 A씨가 이 단체 고위 관계자이자 허씨 측근인 B씨에게 "이동복 후보 측 OOO, OOO이 말하길 청와대 조윤선이가 가집행하라고 했다 한대. 부총재 집단행동 규합하고 있고"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이 연맹 회장 선거 바로 다음날 허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법원에 내라고 이 전 의원 측에 지시를 했다는 게 문자 메시지 내용이었다. 조씨는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했다.

이 문자 메시지는 회장 선거 때 허씨의 경쟁 후보 측 관계자 등으로부터 A씨가 직접 들은 얘기를 B씨에게 공익제보하는 차원에서 보내졌다.

또 A씨는 3월3일 B씨에게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가처분이 (법원에) 접수되면 행안부 장관이 법원에 기관협조 요청으로 가처분을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이사, 부총재들에게 소문을 내고 있다"는 동향도 알려줬다.

B씨는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A씨가 실제 자유총연맹 관계자들과 그런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거쳐 관련 내용을 연맹 내부에 보고했다.

마지막 문자 메시지가 보내지고 일주일 뒤인 3월10일 이 전 의원은 실제로 법원에 "규정에 어긋난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며 허 회장을 상대로 가처분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그해 4월28일 이 전 의원이 낸 가처분소송은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사전선거운동과 경찰 등 공권력 동원 부분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소명할 자료도 없으므로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어 이 소송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공정한 선거를 통해 허 회장이 정당하게 당선됐다는 취지다.

허 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은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주에 따른 것이라는 게 문자 메시지의 핵심 내용이다.

당초 밀었던 후보가 낙마하고 원치 않던 후보가 당선되자 청와대 측이 이를 뒤집기 위해 소송 등을 기획했던 것으로 연맹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언급 자체를 극구 피했다.

이 전 의원은 가처분소송이 조 정무수석 지시에 따른 것이었느냐는 뉴시스 기자 질문에 "나는 뭐 거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없다"고 답했다.

취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반론을 듣고 싶다고 거듭 물었지만 이 전 의원은 "관심 없다" "맘대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선거 때 이 전 의원이 청와대가 자신을 밀고 있다는 말을 스스로 얘기했었다. 이 전 의원이 입후보하는 데 조윤선 정무수석이 역할을 했다고 연맹 관계자들도 얘기했었다"고 밝혔다.

또 B씨는 "선거 전부터 청와대가 이 전 의원을 지원하고 있었고 그 후에도 개입했다는 제보를 받아 이를 허씨에게 전했다. 허씨는 '청와대가 설마 사회단체 행보에까지 끼어들어 편파적으로 하겠느냐'며 의아해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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