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지시하고 국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구속된 ‘기춘대원군’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졌다.

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수사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황한식)는 지난 1일 접수된 김 전 실장의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3일 오전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범죄사실은 특별검사법 제2조에 기재된 각 의혹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것”이라며 “법에서 규정한 의혹사건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전 실장은 특별검사법 2조 15호에 해당돼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에 포함된다"며 "김 전 실장의 이의신청은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에 대한 범죄인지 및 수사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는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가 준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실장은 특검이 자신에게 적용한 범죄사실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난달 31일 이의신청서를 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애초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범위에 속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반면 특검은 특검법이 명시한 수사대상 15가지 가운데 마지막 항목이 “기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認知)된 관련 사건”이라며 엄연히 인지수사를 할 수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에 일일이 열거되지 않더라도 특검의 수사·기소 대상이 된다며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특검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사건의 의혹 단계에서 임명됐으며, 입법 취지를 반영해 ‘의혹사건’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해 왔다는 설명도 있었다. 반면 김 전 실장 측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소명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김 전 실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은 문화사업 장악 시도를 위한 공무원 인사조치, 국회에서의 위증 등이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사실이 이번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선명히 했다. 결국 특검의 직무범위를 시비한 김 전 실장의 이의신청에 대해 재판부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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