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기자실을 폐쇄할 것도 고려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미 언론계는 물론 세계가 트럼프의 백악관을 주시하고 있다.

'백악관 기자단 퇴출' 소식은 지난 14일 프리랜서 기자인 피터 보이여가 미국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해졌다.

보이여는 뉴요커와 뉴스위크,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등 다양한 성향의 언론과 함께 일해 온 인물이다.

보이여는 3명의 트럼프 정권인수위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에서 출입 기자단을 퇴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만약 해당 방안이 통과된다면 지난 수십년간 백악관 기자실에서 근무하던 기자들은 옛 행정부 청사나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 있는 회의실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이번 소식에 대해 "논의가 있었을 뿐이며,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스파이서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많다"며 "(백악관 기자실에) 마련돼 있는 49석의 자리가 충분한가?"라며 '기자단 퇴출'을 실용적인 의도의 '기자단 이동'이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기자단 퇴출' 소식은 트럼프 당선인의 '언론 혐오·기피'의 일환이라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CNN을 "가짜 뉴스" "수치스럽다"고 비난하고, 그의 '러시아 섹스 파티' 의혹을 보도한 버즈피드를 "쓰레기"라고 부르는 등 언론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보이여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위 한 고위 관료는 "언론은 야당"이라며 "그들을 백악관 건물에서 내보내기를 바란다. 기자실을 되찾을 때"라고 말했다.

스파이서는 보이여가 인용한 익명의 관료 발언에 대한 질문에 "우리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언론의 역할을 존중한다"고만 밝히며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익명의 고위 관계자는 스파이서가 언론을 ‘야당’이라고 불렀다고 밝혔다. 백악관 인근의 백악관 컨퍼런스 센터나 아이젠하워 이그제큐티브 오피스 빌딩이 새로운 브리핑 장소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 15일에 트럼프 측 주축 인사들은 언론 브리핑 장소를 옮기는 것을 고려했다고 시인했으나, 이는 기자실 폐쇄가 아니라 기자들을 더 많이 받기 위한 논리적 이유였다고 비난을 피해갔다.

TV 인터뷰에서는 기자들이 현재 있는 백악관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으나, 오래된 이 관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는 경우에 따라서 기자실을 옮기거나 폐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00년 백악관 관행이 없어질까 언론계 촉각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백악관 안에서 일한 지는 한 세기가 넘었다. 1970년부터는 미디어 브리핑 룸에서 주로 일해왔다. 브리핑 룸에는 지정석이 49개 있으며, 수십 명의 다른 기자들이 옆에 서서 질문을 할 수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최근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차기 정권은 “국내와 전 세계에서 오는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언론들을 최대한 많이 수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NBC의 ‘미트 더 프레스’에서 차기 비서실장 라인스 프리버스는 아이젠하워 이그제큐티브 오피스 빌딩에 가면 기자들이 서너 배 더 많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접근성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버스는 기자들이 백악관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 후 ‘미트 더 프레스’의 호스트 척 토드는 ‘기자들을 백악관 밖으로 옮기는 것’은 전 세계 권위주의 정권에게 상징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5일 폭스 뉴스의 ‘미디어버즈’에서 브리핑에 더 많은 기자들을 부르면 ‘더 큰 접근성’이 생길 것이라 말했다.

펜스, 프리버스, 스파이서는 모두 개별적으로 백악관은 18 에이커라고 말하며, 아이젠하워 이그제큐티브 오피스 빌딩으로 옮긴다 해도 백악관 안이라고 주장했다.

스파이서는 몇 주 째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있어 ‘평소처럼 일했던 것은 끝났다’고 말해왔지만, 인수위원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기자들에게 말하지 않고 있었다.

트럼프 언론 담당을 맡은 스파이서는 1990년대에 시작된 관행인 매일 TV 브리핑을 없애는 것을 논의해 왔다. 브리핑 룸의 의자 배열을 바꾸는 것도 언급했는데, 이는 수십 년 동안 출입기자단이 담당했던 일이다.

미주 한인 신문인 ‘센데이저널’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내보내는 것은 미국 대통령과 언론과의 관계에 상징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며, 트럼프가 꾸준히 비난하고 정당성을 부인하려 했던 언론과 트럼프와의 싸움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2016년 선거 운동 동안 트럼프 측은 허핑턴포스트를 포함한 십여 개의 뉴스 매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행사에서 언론인들을 쫓아내고, 언론인들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기자를 마구 밀치는 걸 용납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언론 비난은 권위주의 지도자들의 행동과 비슷했다.

그는 기자들을 무대와 트위터에서 줄곧 비난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유례가 없는 선거 운동 중의 트럼프의 언론 공격은 당선 후에도 계속될 거라는 두려움을 낳았다. 백악관과 기자들의 관계는 법보다는 선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선 하루 전에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일간 브리핑을 그만두거나 기자들을 백악관에서 쫓아낸다 해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보도했다.

가장 공격적인 탐사 보도는 브리핑 룸 밖에서 이뤄지지만, 기자들은 대중을 대신해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백악관 공무원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폭스 뉴스의 국내 뉴스 최고 책임자이자 전직 백악관 출입기자 단장인 에드 헨리는 지난 15일에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기자들이 1년 동안 백악관 컨퍼런스 센터로 옮겨야 했던 때를 떠올렸다.

“재앙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시 백악관 언론 담당이던 토니 스노우와 대통령을 볼 일이 훨씬 줄어서 아주 힘들었다. 백악관 안이 아닌 길 건너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헨리가 방송에서 한 말이다.

비록 탄핵 소추로 직권이 정지됐지만 박 대통령이 보여준 언론 인식을 보면서 트럼프 역시 탄핵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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