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예의를 지켜서 해야 한다”며 헛트집에 가까운 주장을 하는 걸까
이와 관련 9일 머니투데이는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 연기로 얻을 수 있는 건 크게 3가지"라고 밝혔다.
첫째, 뇌물죄로 기소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특검은 이달말 수사를 종결하고 모든 수사기록을 검찰에 인계해야 한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할지 여부는 검찰이 결정한다. 그동안 검찰은 대기업 자금 수수에 대해 뇌물 대신 강요 혐의를 적용해왔다. 따라서 특검의 수사기록이 불충분할 경우 검찰이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특검이 수사기간 만료 전까지 얼마나 완성도 있게 수사기록을 정리할지가 박 대통령 뇌물죄 기소 여부의 핵심 변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늦춘다면 특검으로선 수사기록의 완성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민영 변호사는 "대면조사가 늦어질수록 특검이 수사기록의 법리적 빈틈을 채울 시간이 줄어든다"며 "수사기록 정리 과정에서 관련자의 추가 진술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특검으로선 조사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뇌물죄 기소 여부는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신변 문제를 결정짓는 변수다. 만약 박 대통령이 뇌물죄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실형이 불가피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1억원 이상의 뇌물죄의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형에만 가능한 집행유예의 범위를 벗어난다. 반면 직권남용·강요·직무상 비밀누설 등 다른 혐의들은 양형상 유죄시에도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둘째, 대면조사를 늦출 경우 박 대통령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증인 신문에 활용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대면조사의 특성상 박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면조사를 통해 만들어질 피의자 신문조서가 헌재 증인 신문에서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 측이 특검에 대면조사 비공개를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셋째, 대면조사를 특검의 수사정보 공개를 제어할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8일 특검을 상대로 언론 유출 행태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특검의 수사정부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박 대통령 측의 인식이다. 대면조사 문제를 놓고 아쉬운 쪽은 시간에 쫓기는 특검이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거부해도 특검으로선 손 쓸 방법이 없다. 특검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재시도를 미루고 있는 것도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 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편 이 매체는 박 대통령이 특검의 대면조사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대면조사 거부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면조사 일정 유출을 이유로 9일 대면조사를 취소한 박 대통령 측은 특검과 대면조사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이라는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대면조사는 이달 중순쯤 이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대면조사 일정을 미루는 것일 뿐 대면조사 거부는 아니다"라며 "특검의 대면조사를 받겠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