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저금리 속에서도 국내 대형은행들이 지난해에 일제히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

기업 구조조정과 저금리 기조 등의 악재를 돌파하며 얻어낸 성과지만 이익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EB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최근 4~5년 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전년보다 30.2% 급증한 1조940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KEB하나은행은 1조3872억원을 기록했고 우리은행도 2012년 이후 최고 실적인 1조1350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날 실적발표를 앞둔 KB금융지주도 은행계열사의 수익 방어로 5년 만에 순이익 2조원 대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계속해서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은행들이 영업 능력보다는 부동산시장 호황에 따른 가계 대출 증가로 순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덕분에 저금리에도 일종의 박리다매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10.8% 증가했다.

가계빚에 기댄 호황은 경기 변동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으로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당장 올해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둔화 등으로 가계부채가 예전처럼 급속하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6%대로 제시해 이자이익 증가폭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위기는 은행의 빈약한 수익구조와 맞물린다. 은행들이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전통적 비즈니스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 신한은행은 이자이익 기여도가 82%였고 우리은행은 85%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대개 비이자이익 비중이 30%를 웃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깜짝 실적은 가계빚 증가와 맞물리는데 대출 자산은 나중에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 안정적이지 않다"며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해 비이자수익 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 기반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들이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며 공기(公器)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지지 않아 외부 평가도 곱지만은 않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예금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큰 폭으로 올리는 식으로 이자 장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1.56%, 대출금리는 연 3.44%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는 3.13%로 기준 금리 인하 요인이 없었던 1년 전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예금금리는 0.16%포인트 낮았다.

6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만 보면 지난해 12월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담대(만기 10년 이상)의 평균금리는 3.45%로 5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업대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데 조선·해운·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의 돈줄을 지나치게 죄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은행들이 단기 성과에 매달리다보니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 시장 변동성을 틈타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는 대폭 올리는 식으로 수익을 쫓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국가 경제의 틀에서 자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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