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이 첫 재판 시작을 앞두고 구치소에서 변호인과 함께 대응책을 세우는 등 특검의 공소사실을 반박하기 위한 논리를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현재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정동욱(68·4기) 변호사와 김경종(63·9기), 이상원(48·23기) 변호사 등 6명의 변호인단을 선임한 상태.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대비할 때도 정 변호사와 함께 특검팀이 내세운 범죄사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일부 문구를 지적하기도 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현재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수사단계에서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소관 수석비서관실이나 문체부 측에서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알아서 범행했다는 취지다.

김 전 실장은 법정에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비서실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혐의를 다 다투겠다고 밝혔던 그는 재판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는 특검팀은 공소유지를 위해 이 부분 수사를 담당한 이용복 특검보(56·18기)를 투입한다.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특검팀은 우선 이 특검보 등 2명으로 재판을 시작한 뒤 상황에 따라 추가 인력 보강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지휘를 받았던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교문수석실 소속 공무원들, 문체부 등 관계자들의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무거운 형의 선고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입장인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증거도 법정에서 추가로 낼 방침이다.

김 전 실장은 최근 구치소로 접견 온 변호인에게 "여기에서 (건강) 문제가 생기면 응급조치도 제대로 못 하고 '골로 가는 것'"이라고 토로하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 "심장에 스탠트(그물망으로 된 튜브)도 7개 박혀 있고 어젯밤에도 통증이 와서 입원할까 했다"며 고령으로 심장 등 건강이 좋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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