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최순실 국정농단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여의도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통일교땅 2조원대 파크원사업에도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건설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의도 파크원 사업은 통일교에서 시행을 하고 삼성물산이 시공해서 2006년부터 진행됐으나, 통일교 형제 간 분쟁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면서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공사도 올스톱됐고,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도 막대한 손해를 봤다. 하지만 이 사업이 최근 재개됐는데,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이 들어왔다.

즉 이해관계자인 통일교,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간 합의가 있어야만 사업 재개가 가능했는데, 이 셋과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최순실 씨라는 의혹이 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17일 재미언론인 선데이저널이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분 역시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의도 파크원 사업은 LG 쌍둥이 빌딩 바로 옆 통일교 주차장 부지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사업을 말한다. Y22라는 시행사가 72층, 56층을 지으려 계획했고,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2조3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문제는 Y22는 3남 문현진 씨 쪽과 관련이 있는 회사라는 점이었다. 즉 통일교와 Y22간 분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사실 이 싸움은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3남과 4남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통일교와 최순실은 오랜 친분

즉 문선명 총재 사후 형제 간 갈등이 벌어졌는데, 여의도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인 파크원 부지의 경우 소유권은 통일교 측이, 지상권은 Y22가 갖고 있는데서 문제가 시작됐다. Y22는 2005년 통일교재단으로부터 99년 기한의 지상권을 확보했다. 통일교재단은 2010년 10월 서울중앙법원에 지상권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Y22에 넘겨준 지상권을 되돌려 받겠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Y22가 자신들을 기망해 계약을 맺었다는 게 통일교재단의 주장이다. 2005년 통일교재단이 Y22와 계약을 맺을 때 재단 이사장은 문현진 씨 장인인 곽정환 씨가 맡고 있었다. 곽 씨가 사위에게 지상권을 넘겨주고자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통일교재단은 주장했다. 게다가 Y22는 통일교재단이 낸 소송에 맞서 공사 지연에 대해 보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내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다. Y22는 “통일교재단 측이 Y22의 건물 매각 협상 대상자인 미래에셋과 맥쿼리증권 등에 지상권 설정계약이 무효라는 공문을 보내고, 지상권 설정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건물 매각과 자금 마련, 시공사 계약이 무산되는 손해를 봤다”는 게 Y22의 주장이었다. 결국 지난 2014년 7월 대법원에서 “시행사의 99년 지상권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오며 통일교 재단은 패소했다.

이전 시공사였던 삼성물산도 지난 2007년 파크원을 착공했지만 공정률이 20% 정도였던 이 시기에 소송이 시작되면서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삼성물산은 파크원 프로젝트 발주처인 Y22 프로젝트파이낸싱 인베스트먼트와 합의를 통해 공사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이 빠진 자리에는 포스코건설이 들어왔다.

이 2조원대 이 사업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몇 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했다. 일단 통일교 분쟁이 마무리되어야 했고, 두 번째로 공사지연으로 손해를 본 삼성물산 측이 전향적 입장을 보여야 했다. 마지막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업에 참여할 시공사가 필요했다. 결국 통일교 – 삼성 – 새로운 시공사(포스코건설)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조율할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업 진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최순실 씨가 통일교 측과 삼성, 포스코건설 세 군데 모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건설업계 일각에서 이 사업 배후에 최 씨가 있었으며 삼성과 포스코 건설간의 교량역할을 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순실씨와 통일교의 관계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 중 본지보도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게다가 통일교의 형제 간 분쟁 역시 본지가 이미 오래전부터 취재해 온 사안이다. 본지는 지난 몇 년 간 <통일교 내전 일촉즉발> <통일교 소유 워싱턴타임스 저가 매각 위기> <통일되지 않는 통일교, 확산되는 ‘왕자의 난’> <통일교 故문선명 일가의 ‘상상 초월한 타락상’> 등을 꾸준히 보도해왔다. 특히 이번 사업의 주체인 Y22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3남 문형진의 브라질 양아치 행각보도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나았다.

본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초기인 지난 10월 최 씨가 유럽에서 통일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지냈고, 세계일보 전 사장을 이탈리아 대사에 추천한 사실도 보도했다. 그러나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탈리아 대사에 추천되었던 인물은 전 통일교 유럽 총책이며 세계일보 사장을 지냈고, 최순실-정윤회 부부와 친한 사이였다. 또한 그는 정윤회씨와 동향이며 통일교 유럽총책을 오랫동안 맡았다가 세계일보 사장을 지낸 인물로 독일에서 오래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975년부터 통일교에 심취했고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유럽회장으로 재직했으며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 총재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Y22는 통일교 재단과 분쟁 중인데 ‘과연 Y22가 최순실-정윤회 부부의 도움을 받았을지…’라는 의문점도 남는다. 하지만 최씨가 가까운 통일교 인사가 오래전부터 통일교 측 주요 인물들과 가까웠던 만큼 3남측과도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 서울여의도 파크원의 완공후 예상모습
최순실, 권오준 통해 포스코 각종 이권 개입

최씨와 포스코 관계 역시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관련 국정감사에서 포스코건설 전 부사장의 발언을 바탕으로 권오준 회장과 최순실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은 박 의원실이 공개한 포스코건설 전 부사장의 이야기다.
“당시 박 대통령은 권오준을 의중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권오준으로 내정됐다 보고를 듣고 주총을 연기하라고 지시했으나 (주총은)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이를 듣고 박통이 무시하지 못할 비선이 권오준을 정한 것으로 생각했고 당시에는 비선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지금 최순실임을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과 최순실 씨의 행보에는 교차점들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한독경제인회’다. 2012년 최 씨의 독일 내 거점으로 알려진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결정된 이 단체에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인물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 씨의 추천으로 각각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으로 영전하게 된 유재경 전 삼성전기 전무와 김인식 전 코트라 무역소장에서부터, 양해경 전 삼성전자 사장(최순실 친분설 제기됨),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삼성 합병’ 압력행사 의혹),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 강 모 전 한국은행 연구위원(‘낙하산 인사’ 의혹) 등이 이 단체의 회원이다.

권오준 회장도 이 단체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취임 전 독일 뒤셀도르프 포스코 유럽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며 이들과 관계를 맺었다. 권 회장의 배우자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최 씨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시사저널’은 복수의 관계자 진술을 통해 박 대통령의 서강대 후배이자 정치적 조력자인 박 교수가 최 씨와도 교류를 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권 회장과 박 교수 내외는 최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이른바 ‘포레카 강탈 미수 사건’은 포스코와 최 씨의 남다른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최 씨 일당이 포레카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또 다른 광고기획사 ‘컴투게더’ 측에 접근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포레카 매각 과정을 살펴보라’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권오준 회장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최씨는 포스코 내 측근을 통해 포스코 임원들의 ‘평판 조회’를 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인사청탁으로 추정되는 포스코 직원 명단도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첩에는 포스코 계열사 사장, 사외이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급의 직원이 포함됐다고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세세한 직책의 이름까지 전부 다 나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평소 안 전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업무수첩에 기록했음을 미뤄보면, ‘최씨→박 대통령→안 전 수석’ 순으로 지시가 전달·이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에서는 최순실 씨가 관련된 이권 사업 중 이 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는 말이 나온다. 이해당사자 세 곳의 민원을 다 풀어줘야만 가능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이 특검 수사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현재 남은 수사 기간으로 과연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