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인터넷판 캡쳐
[김승혜 기자]"韓정경유착에 극적전환…대중 분노에 답하다"-WSJ

"삼성 후계자, 부패 수사에서 구속되다"=AP

"한국 법원이 대형 부패스캔들 연루 혐의로 삼성 후계자 구속을 승인했다"-AFP

주요 외신들은 한국 법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한 사실을 서울발로 일제히 긴급히 타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AP통신, 영국의 BBC방송, 로이터통신, 일본 교도통신 등은 16~17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리더인 이 부회장의 구속사실을 보도하면서 그에 따른 정치 및 경제적인 파장을 함께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6일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17일 새벽 5시36분 발부했다.

NYT는 16일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이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영장 발부와 함께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두 개의 삼성계열사 합병을 지원한 데 대한 대가로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3600만 달러 규모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NYT는 “이 부회장이 횡령과 불법적인 국외재산도피, 국회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이는 한국의 권력 및 부의 상징인 삼성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라고 전했다.

NYT는 이어 “이 부회장의 케이스는 상대적으로 연륜이 짧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법제도가 가족경영 중심의 재벌들에 의한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중 단속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테스트(a litmus test)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같은 날 WSJ은 온라인 판 톱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낳은 부패 스캔들이 한국의 정치 및 경제계 기득권을 뒤흔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 부회장까지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WSJ는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꼭 경영상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WSJ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에게 3700만 달러를 건넨 것과 관련해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WSJ는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특검의 박근혜-최순실 스캔들 수사에 중대한 돌파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배해온 삼성 등 거대 재벌들은 사법부로부터 관대한 처분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대중들의 공분을 샀었다”고 전했다.

FT는 17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 노트7의 발화 문제에 따른 휴대전화 사업 부문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이 부회장의 구속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의 리더십 공백과 함께 한국 최대의 기업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특검팀 활동시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시한을 연장해 주지 않으면 특검이 활동할 시간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 CNN 캡쳐
블룸버그통신은 17일 “법원 대변인이 이 부회장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때문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길게는 18개월 정도가 소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은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의 구속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단지 정서상의 문제일 뿐이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 주식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과거 다른 재벌 기업의 총수들이 구속됐을 때에도 기업이 돌아가는 데는 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BBC방송도 이날 이 부회장의 구속 사실을 전하면서 “국회 청문회에서 삼성은 204억 원을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주도하는) 두 개의 재단에 건넸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했다”라고 보도했다. BBC방송은 “특검은 이제 20일 동안 이 부회장을 구속한 상태에서 조사한 뒤 기소할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BBC방송은 이어 "이번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도 직결되어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16일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인 점을 언급하면서, 그의 구속이 한국 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이 부회장 구속 사실을 전하면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17일 “한국의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구 최순실 피고 측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서울중앙지법은 1월 특별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번에는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통령의 뇌물 수뢰 혐의 입건을 위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 부회장은 한국 최대기업 삼성그룹의 경영 수장으로 사업 정체와 경제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정경유착을 엄중 처벌하라는 여론에 응답한 모양새를 취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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