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한 혐의로 북한 여권을 소지한 47세 남자가 붙잡혔다고 말레이시아 중국어 신문 성주일보(星洲日報)와 동방일보(東方日報)가 18일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를 인용해 전날 밤 9시50분께 쿠알라룸푸르 시내 잘라 쿠차이 라마에서 '리정철 혹은 리종철(Ri Jong Chol)'이라는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발표문을 통해 리정철이 1970년 5월6일 북한에서 태어났으며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말레이시아 서류인 ‘아이-카드(i-Kad)’를 소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성주일보는 리정철의 영문 이름을 한자로 옮기면서 '리용철(李勇哲)'이라고 표기해 혼선을 주고 있다.

경찰 수사팀은 김정남 살해 실행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검거 후 지난 16일 오후부터 이미 리정철을 비밀리에 추적했지만 바로 체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리정철이 다른 공범과 만나기를 기대했지만 하루가 지나도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포기하고 신병을 구속했다.

이로써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실행범인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8)과 시티 아이샤, 시티 아이샤의 말레이시아인 남자친구에 이어 4번째 용의자 리정철을 붙잡았다.

경찰은 붙잡은 리정철을 포함해 4명의 남자 용의자에 대한 수배령을 전국에 내렸다.

소식통은 리정철이 시티 아이샤의 남자친구와 접촉한 인물이며 비밀리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를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소식통은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가 중국에서 1~3개월 동안 머물면서 개인 경호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성주일보에 따르면 김정남의 살해 당일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에는 도안 티 흐엉이 수배범 1명과 함께 터미널에 들어와 범행 현장에서 김정남을 기다리는 모습이 찍혔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Ri Jong Chol)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추정되고 있다.

17일 저녁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인물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리정철은 'Ri Jong Chol'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리정철은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을 통해 자신이 미국 매사추세츠 주 미들식스 카운티 팅스버러에 있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차터 스쿨(Innovation Academy Charter School, IACS)’과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2000년)했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출신국와 거주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직할시라고 적어 놓았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은 직후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말레이시아 현지 영자지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18일자 1면에 괴한의 공격을 받은 뒤 공항내 치료시설로 옮겨진 김정남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속 김정남은 청색 상의에 청바지 차림으로 1인용 안락의자에 축 늘어진 상태다. 오른쪽 손목에는 염주로 추정되는 물건이 감겨 있고, 왼손에는 시계와 반지가 끼워져 있다.

 사진상으로는 김정남의 얼굴에 화상 등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몸에도 상처 자국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현지 언론을 통해 새어나온 말레이시아 경찰의 일부 부검결과와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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