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은 우리가 더 긴장해서 촛불도 더 높이 들어야 할 때"라며 "당 입장에서는 탄핵이 끝나면 곧바로 들어가야 될 경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도 받고 선거인단 모집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이 차분하게 그냥 해나갈 일이고, 크게는 정치권이나 국민은 탄핵에 집중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경선 일정을 서두르지 않는 당 지도부의 기조를 방패막 삼아, ‘부자 몸사리기’식의 수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당내 대선주자간 토론회에 대해 거듭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당 안팎의 비판에도 문 전 대표가 여전히 탄핵 이후 토론회 주장을 꺾지 않으면서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측은 토론회를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 시장은 16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관훈클럽 이런 데서 후보를 불러다가 무제한 토론을 시켜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거듭 상호 토론을 요구했다.
안 지사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현 전 의원은 16일 "(문 전 대표가 토론에서) 관록과 경륜을 충분히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이 지켜볼 기회가 충분히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당밖의 비판도 이어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는 당내 주자들도 토론에 응하라 촉구한다"며 "프롬프터를 사용하더라도 토론에 응하셔야 한다. 국민의 검증 권리와 알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전국적으로 지지자 모임을 조직하는 등 사실상 '대선 행보'를 하면서 헌재의 탄핵 결정을 이유로 토론회에 응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문 전 대표가 1등 주자로서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와관련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토론을 해서 약간 손해를 보거나 실수를 하는 게 낫지 토론을 피하는 후보 이미지는 정말 아니다"라며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도 토론을 잘한 만큼 응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예능 프로그램인 JTBC '썰전'과 채널A의 '외부자들'에 출연했다. 패널과 대선후보자간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뤄진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과 MBC의 '대선주자를 검증한다'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민주당 전국광역의원협의회 등의 주최로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선후보 초청 합동토론회는 사전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측은 방송사 주최의 상호토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가 토론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명분은 탄핵 인용의 불확실성이다. 문 전 대표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탄핵이 만만치 않다 인용이 결정된 후에 토론을 해야하지 않겠냐"며 "모든 게 불투명하고, 불안정성이 엿보이는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나가는 게 옳은 것인지 근본적인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탄핵 정국에서는 국민의 정권교체 요구가 높은만큼 야권의 1등 주자인 문 전 대표가 최대의 수혜자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후보자간 토론을 하며 당내 경선의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또 현재 문 전 대표는 900여명 규모의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번꼴로 분야별 공약을 발표하는 등 상대적으로 가장 구체화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단발성 공약만 제시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토론회가 열릴 경우 자칫 '문재인 공약 검증'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다만 문 전 대표측의 결단 시점도 임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 기일을 24일로 결정하면서 3월 둘째주 탄핵 심판 선고가 가시화됐다. 또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당내 경선 관련 토론분과위원회를 열고 후보자간 토론회 횟수와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이상 후보자간 토론회를 늦출 명분이 줄어들고 있다.
이와관련 문 전 대표측은 "당 선관위가 주최하는 권역별 TV토론만 해도 최소 4번은 될 것"이라며 "우리가 토론을 피할 이유가 없다.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토론회에 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