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첫 소환
[신소희 기자]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후 첫 주말인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6차 촛불집회가 일제히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30분 개회선언과 함께 '탄핵 지연 어림없다!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을 개최했다.

퇴진행동은 오후 8시 기준으로 광화문광장에 70만명(연인원)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전날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도 촛불집회에 모습을 보였다.

퇴진행동은 이날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다. 이제 단죄의 문지방을 넘어선 것"이라며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을 넘어선 이상 그 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철저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430억원대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지난 17일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앞서 한 차례 기각(조의연 판사)된 바 있다.

일명 '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한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집회 기조발언에서 "삼성은 구속되지 않는다는 신화가 마침내 무너졌다.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은 특검의 노력과 특검을 응원한 우리 촛불의 힘이었다"며 "하지만 헌정유린의 범죄자를 비호하는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24일 심판을 종결하고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 이것이 주권자의 명령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정치권은 박근혜정권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는 1200만 촛불의 민심에 승복할 것을 약속하는 게 우선"이라며 최근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한 여·야 교섭단체 4당 대표들을 겨냥했다.

박 대표는 "얼핏 그럴싸한 신사협정처럼 보이지만 헌정유린의 공범이면서도 한치의 반성도 없이 새누리당 간판만 바꾼채 계속 국정농단에 공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청산과 처벌의 대상이지 승복 운운하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위원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집회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시민 자유발언, 각종 공연, 소등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이한철 밴드'의 가수 이한철씨는 "탄핵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 잘 될 것"이라며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가사로 유명한 '슈퍼스타'를 열창해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어 퇴장을 의미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가 펼쳐질 때 촛불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광장에 모인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휴대전화 불빛으로 비춘 붉은 색 종이를 들고 파도타기를 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7시50분부터는 ▲'청와대 포위'(청운동길, 효자동길, 삼청동길) ▲'헌재 2월 탄핵 촉구'(동십자각 안국역 1번 출구, 낙원상가 안국역 4번 출구) ▲'재벌총수 구속 촉구'(종로 SK 서린빌딩 앞 '이재용도 구속됐다! 뇌물죄 다른 재벌총수도 구속하라!' 항의 발언 및 퍼포먼스 진행) 등 총 6개 코스로 행진이 이어졌다.

각 행진 코스에서는 방송차 별 퍼포먼스가 준비됐다.

 
청운동 주민센터 방면 대열을 따라간 1호차에서는 '박근혜 퇴장' 레드카드가 걸렸다.

청운동 신한은행 앞으로 향하는 2호차에서는 '세월호 7시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 박 대통령이 중심에 있는 국민적 의혹과 논란의 내용을 우드락 팻말로 만들어 하나씩 격파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북단 무대로 돌아와 대동한마당 등을 즐기며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16차 집회는 25일(17차) 열릴 '서울 집중' 집회를 선포하는 성격도 담고 있다.

퇴진행동은 지난 1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8일에 열리는 16차 촛불집회에서는 25일 서울 집중 집회를 포함해 3월까지 비상하게 집결해야 한다는 것을 선포할 예정"이라고 기조를 밝혔다.

남정수 퇴진행동 공동대변인은 간담회에서 "25일 서울 집중 집회는 6차와 비슷한 규모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3일에 열렸던 6차 촛불집회에서는 전국 232만명(연인원 집계 방식 주최측 추산)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바 있다.

본 집회에 앞서 오후 1시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 시민대토론회도 열렸다.

여기서 모아진 의견은 이날 참가자 중 추천된 약 50명의 '성안위원회'가 직접 가다듬고 정리하며 3월 중 촛불집회에서 '촛불권리선언'으로 발표된다.

박 대통령 탄핵 반대단체도 총력전을 펼쳤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가자! 대한문으로' 제13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오후 3시30분까지 1부 행사, 오후 3시30분~5시에는 행진, 오후 5시~8시 2부 행사 등으로 구성됐다. 탄기국은 오후 4시 기준으로 25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었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친박(친박근혜)인 윤상현·조원진·전희경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탄핵 기각 여론을 확대했다. 탄핵 인용시 조기 대선에 대비해 보수지지층 결집에도 주력했다.

탄기국 대변인인 정광용 박사모 중앙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고영태와 직·간접적 이해로 연결된 세력들이 주도한 국가반란 사태로 규정한다"며 "이를 위해 사즉생(死則生·죽고자 하면 산다)의 각오로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서 보장한 '국민저항권'을 발동할 것을 선포, 국민저항본부를 발족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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