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조사 마친 우병우
[김민호 기자]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9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특검팀이 수사 초기부터 주요 수사 대상으로 거론해 온 우 전 수석의 신병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푸른색 넥타이에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나온 우 전 수석은 전날 출석때와 마찬가지로 뻣뻣한 모습이었지만 오랜 시간 조사를 받은 탓인지 얼굴에 피로감이 묻어났다.

우 전 수석은 "최씨를 통해 경찰청장과 우리은행장 등 인사에 개입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국민께 한 말씀 해 달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대기중인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올라탄 뒤 건물을 빠져나갔다.

우 전 수석은 개인비리 의혹으로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 농단 의혹 묵인 또는 방조 혐의로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를 받았지만 처벌을 피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인물 상당수가 재판에 넘겨진 상태인 데다, 특검팀이 이들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속 수사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19일 특검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묵인 또는 방조, 나아가 협력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혐의가 무겁고, 조사할 내용이 많은 만큼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단서들을 통해 우 전 수석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문체부 인사 5명을 좌천시키도록 문체부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또 CJ 표적조사 지시에 미온적인 공정거래위원회 담당 국장을 찍어내는 데도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일련의 과정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운용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우 전 수석 혐의를 무겁게 보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비민주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주도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들을 구속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이 특검팀 출석 당시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하는 등 제기된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점도 구속 수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증거 인멸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의 증거 인멸 정황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일부 드러난 바 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 역시 지난해 11월 우 전 수석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휴대 전화를 압수했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뿐만 아니라 특검팀의 빠듯한 일정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달 28일로 끝나는 1차 수사 기한을 고려할 때 조사 및 기소까지 10일 내에 마무리해야 하는 특검팀이 우 전 수석 신병을 확보한 뒤 수차례 소환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조사할 내용이 많다"며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아니겠나,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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