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8일 "국가안보를 선거와 연결 지으면 안 된다"며 최근 대두되는 안보위기론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동구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등이 조기 대선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국가 안보는 국가 기본"이라며 "그것을 선거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안보를 강조했다.

19일에는 경기 안산 해양경비안전센터를 찾아 대국민 안보의식 고취와 '민생안보'를 이어간다 

이렇듯 안 전 대표의 정치적 동선에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거리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강경한 노선 투쟁을 벌여왔던 안 전 대표가 최근들어서는 중도보수 쪽으로 한걸음 우클릭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다분히 자신의 지지율과 연관돼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안희정 충남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중도층과 중도보수층을 빼앗기며 지지율이 좀체 상승하지 않자 이들에게 가 있는 지지층을 자신 쪽으로 되돌려보자는 심산이다.

안 전 대표의 우측 행보가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곳은 촛불집회 현장이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안 전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야권 주요 대선 주자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참석해 박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말을 쏟아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2주째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동안 안 전 대표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11일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각각 서울 광화문과 광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었고 18일에는 나란히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광화문에 이어 전주에서 2주 연속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방송 출연 약속 등을 이유로 현장에는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안 전 대표는 촛불집회 현장에는 안 나올듯 하다. 이와 관련 안 전 대표 측근은 "그간 안 전 대표가 밝힌 '광장은 시민의 것'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방침을 시사했다. 민주당 주자와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중도층, 나아가 보수층에게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보자는 전략이다.

때마침 터진 북한 미사일 발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도 안 전 대표에게는 안보 이슈 선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주창해온 '안보는 보수'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자강안보'를 거듭 띄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촛불집회가 열린 11일에는 광장 대신 구제역·AI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고, 18일에는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자강안보에 대해 역설했다. 중앙보훈병원에서 안 전 대표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국가안보라고 믿는다"며 "자강안보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관되게 헌재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광장은 시민의 것"이라며 촛불집회 참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정치인은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제도권 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헌재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판단할 거란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했다.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19일에도 안 전 대표는 경기도 안산시의 해양경비안전센터를 찾아 국민 안전에 방점을 둔 일정을 이어간다. 이도 역시 중도와 중도보수층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안 전 대표는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사드 배치에 반대했던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그는 피살 사건이 알려진 다음날인 15일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이미 합의한 내용을 고려하면서 관련 현안 문제점을 국익에 부합되게 해결해 가겠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국민투표'까지 언급했단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입장 선회다.

안 전 대표의 이같은 우회전 성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독설을 퍼붓는 등 '강철수'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것과 함께 '우(右)철수' 이미지도 동시에 구현해 '반(反)문재인' 정서가 있는 중도와 중도보수층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한다.

안 전 대표의 전략이 얼마만큼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최근의 지지율 조사를 보면 약간이나마 고무적인 수치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실시한 2월3주차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지지율 9%를 얻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바로 전 주 지지율 7%로 5위에 머무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상승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전 대표가 강한 이미지를 겨냥한 '강철수'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강도 높은 어조로 집중 공격하는 '독철수'로 변하더니 최근에는 중도와 중도보수를 겨냥한 '우철수'로 변신하는 듯 하다. 대선을 앞둔 그의 마지막 승부수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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