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63)가 19일 ‘우파 열린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다가 지난 16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페이스북 활동을 재개하고 나선 것.

원래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성향 등 자신의 견해를 자주 밝히는 이른바 '페이스북 정치'를 펼쳐왔던 터라 이번 페이스북 활동 재개가 자신의 정치 활동 재개의 신호 아니냐는 분석이다.

홍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우파들이 일시적으로 위축되어 있지만 곧 전열이 재정비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남미 등 전세계적으로 좌파가 몰락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좌파가 득세하고 있다”며 “국수주의가 판치는 세계사의 흐름에 우리의 지향점은 우파 열린 민족주의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전날에는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이 주유에게 ‘만사구비지흠동풍(萬事俱備只欠東風)’이라고 했다”며 “이번 누명을 벗은 무죄 판결이 동풍이 되었으면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기도 했다. 

만사구비지흠동풍은 ‘어떤 일을 하려할 때 중요한 하나를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홍 지사가 이를 인용한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발이 묶여 있다가 지난 16일 무죄판결을 받아 운신이 자유로워진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는 15~18대 옛 한나라당 공천으로 4선 의원을 지내며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이후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정치경력을 쌓았다.

이같은 경력으로 홍 지사는 그간 여권의 잠룡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성완종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는 바람에 그의 큰 꿈이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에게 다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아직 3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법률심이란 점에서 2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중량감 있는 후보 기근에 시달리는 여권에서는 홍 지사의 무죄를 반기고 있다. 그가 뛰어들 경우 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여권 후보간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다.

실제 홍 지사는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이후부터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어 왔다. 홍 지사는 이날 무죄판결 직후에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여의도 경남도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탄핵도 가부 여부가 진행 중인데 대선 문제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좀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 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란 해석이다.

일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외에는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오는 대선 후보가 전무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홍 지사의 무죄가 반갑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홍 지사의 당원권 정지와 관련,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지 말지 여부를 봐야겠다"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 당연히(당원권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무죄가 나와 환영"이라며 "제가 (적극적으로 영입) 안해도 자기가 생각이 있으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도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입당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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