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과 조사 방식을 협의 중인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사실상 대면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대한 조율하되 박 대통령측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가지는 가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굳히고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22일 청와대 관계자와 특검팀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측과 특검팀은 수일째 접촉하며 대면조사 일정과 방식을 조율 중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수일동안 박 대통령 대면조사 관련 언급을 피해왔다. 이규철 특검보는 공식 브리핑에서 "적절한 시기에 대면조사 관련 내용을 밝히겠다"라는 말을 반복 중이다.

이를 두고 특검팀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대면조사 성사 의지를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지만 지난 9일 한차례 대면조사가 무산된 뒤 '무작정 끌려가지 않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의 변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을 구속 시킴에 따라 이미 뇌물죄에 대한 법리적 소명은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불기소특권을 가진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면조사가 무산될 경우 여론의 압박을 받을 쪽은 특검팀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라는 점도 특검팀의 '배짱'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상당한 수사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지난 검찰조사를 거부한 데 이어 특검팀의 조사까지 거부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더 할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을 조사하더라도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도 특검팀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최순실 게이트 전체에 대해 '어거지로 엮은 것', '사실무근' 등의 표현으로 각종 의혹을 부인해 왔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게이트의 몸통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 대해서도 믿었던 지인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다고 해도 대부분 '모른다'고 발뺌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어서 대면조사의 실효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특검팀은 박 대통령측과 재접촉에 나선 뒤 '청와대 외부에서 공개로 하자'는 안을 던졌으며, 이 안을 받아든 박 대통령 측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지껏 청와대 내부에서 비공개로 대면조사를 진행하자고 주장해왔던 박 대통령 측 입장에서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든 안을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박 대통령측과 특검팀은 큰 진전없이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왔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특검 대면조사는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특검이 어려운 조건을 내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저쪽(특검팀)은 우리가 안 나온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오늘도 대면조사 관련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수사기한이 끝나는 날인 28일이라도 합의가 된다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원론적인 기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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