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어렵지 않냐" 항의에 "전문가 아니라 모른다"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브리핑이 열린 가운데 실종자 가족이 "수중촬영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세월호가 완전 침몰 뒤 이날 오전 전도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고 있다.
정부를 향한 원망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나흘째인 19일 정부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 작업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일부 숨긴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7일 사고현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현장 소식을 있는 그대로 가족들에게 전달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했지만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사고대책본부는 오히려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이용욱 해경 정보수사국장은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마친 뒤 "배가 옆으로 쓰러졌다는데 사실이냐"는 실종자 가족들의 질문에 "선체가 수면으로부터 10m 정도 더 내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4층 개실 창문을 통해 시신 3구를 발견한 뒤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려는 순간 배가 왼쪽, 진입로 방향으로 넘어졌다"며 "해군 에어포켓 투입이나 민간 공기콤프레셔, 잠수부 작업 등 어떤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쳐 기울게 됐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기존 확보한 진입통로가 막혔는지 여부는 확인을 해 봐야 한다. 배는 좌우대칭이기 때문에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이같은 내용을)아직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같은 사실은 범부처사고대책본부가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실시한 동시 브리핑 내용에서 빠졌다.

해경이 시신 3구를 발견한 시간은 이날 오전 5시50분께. 이를 감안할 경우 해경은 늦어도 오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배가 기울어 넘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구조 작업을 실시한 잠수요원은 "18일 오후 11시부터 배가 돌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 넘어진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이로 인해 '마지막 생명줄'인 내부 에어포켓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배가 진입로 방향으로 넘어지면서 민간 잠수요원들이 사흘에 걸쳐 겨우 확보한 선체진입로가 가로막혔을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진입로를 재확보할 때까지 선내 생존자 수색 등은 또다시 기약없이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생존자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늑장 구조', '안일한 대응', '오락가락 발표' 등으로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정부가 자칫 온 국민의 공분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고 불리한 상황을 일부러 숨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결과적으로도 범부처사고대책본부는 박 대통령의 명령에 가까운 지시와 달리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돼야 할 중요한 현장 사실을 숨기는데 급급했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던 가족들에게 "사실 그대로"라고 해명했던 정부 측 주장도 신뢰를 잃게 됐다.

'혹시나 살아 있을까'하며 자녀들의 생존 사실을 애타게 기다렸던 가족들의 분노도 극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실종자 가족들은 "여기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모두 청와대로 가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 시체를 감춰놓고 '쇼'하는 것 아니냐. 아이들을 내놓아라"며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나타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박근혜 대통령 또 오게 해 달라"며 소리 질렀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니다"며 "물 속에서 작업을 할 때 조류 등의 영향으로 선체의 모양이나 형태에 얼마든지 변형이 올 수 있다. 기울어서 넘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가이드 라인 3개가 설치돼 있고 진입할 수 있는 입구도 수십 여 개 에 달하기 때문에 구조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 판단하고 누락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어포켓이 사라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뒤집어져 있던 배가 옆으로 기울었다면 내부 에어포켓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이제 구조는 사실상 끝났다. 정부가 우리 아이를 죽였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했다"며 오열했다.

반면 해경은 "선내에 공기가 전혀 없을 경우 수압이 같아 문이 잘 열리는데 어떤 공간은 문이 잘 안 열린다"며 "그런 걸로 봐서 아직도 에어포켓이 있다고 판단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석균 해경청장 등은 "진입로가 막혀 다시 작업을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며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답변해 항의를 받으며 논란을 키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