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헌재 관계자는 26일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으로부터 27일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불출석하기로 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탄핵심판뿐 아니라 퇴임 후 검찰 수사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는 갈등 속에 최종 불출석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7일 최종변론에서 박 대통령의 진술은 서면 또는 영상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인 이중환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를 알지 못하고 추측할 뿐"이라며 "대리인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상태로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 출석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각각의 주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해명이 심판에 유리하다고 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입장과 출석하면 국격의 문제, 9인의 재판부가 아닌 8인 재판부를 인정하거나 종결시점을 정해 둔 심판 절차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출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다는 취지다.

결국 박 대통령이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최종변론을 통해 의견을 밝히는 게 큰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27일 열리는 최종변론은 국회 측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최종 진술로만 열리게 됐다.

양측 대리인단은 최종변론에서 앞서 주장한 모든 것을 쏟아낼 방침이다.

우선 국회 측은 이미 297쪽 분량의 종합준비서면을 헌재에 제출했다. 종합준비서면에는 개개의 소추사유에 집중, 그동안 제출하고 심판정에서 변론을 통해 주장한 40여개의 준비서면을 요약 정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통령 대리인단은 13개 탄핵소추 사유를 일괄해 의결한 절차가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는 이를 두고 '섞어찌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개별 사유마다 탄핵소추 의결을 했다면 국회 통과가 이뤄지지 못했을 텐데 한꺼번에 처리해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 등이다.

또한 아무런 증거조사 절차나 선례 수집 과정 없이 신문기사와 심증만으로 탄핵을 의결해 헌법의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의 원리에 반하는 의견과 박 대통령에게 충분한 방어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예상된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일단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도 헌재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대리인단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충분을 개진했고, 이는 직접 출석해서 진술하는 것과 법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출석했더라면 받을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불명예'를 지켰다는 점에서 불출석이 '득'이라는 관점도 있다.

현직으로 헌정 사상 처음 법정에 출석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재판부나 국회 측의 질문 공세로 자칫 '피고인'과 유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불출석으로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헌재의 심리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대리인단이 계속해서 주장해 온 만큼 헌재에 나가서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 '불공정한' 심판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8인 재판부 체제에 대한 문제제기 등 헌재가 대통령 측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 일정을 강행한 사정 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설사 탄핵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지지층에서 헌재의 결정에 '저항'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실리적인 면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이 법정에 당당하게 출석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몸소 주장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리인단이 주장하거나 서면을 통해서 입장을 전달하는 것과 대통령이 직접 구두로 진술하는 것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인단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박 대통령에게 출석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출석으로 법정에서 '결백'을 호소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동정 여론도 일으킬 수 있다.

반신반의했던 재판관들의 심증에도 영향을 미쳐 최종 판단에도 미묘한 심적 갈등이나 재검토를 끌어내는 걸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박 대통령의 불출석이 확정된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형태로 최종 결론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