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사고가 향후 정국과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16일 사고 발생 후부터 정치인들은 말을 아끼고 몸을 사리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지방선거 경선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사실상 당 지도부 체제를 침몰사고 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시켰으며 토론회 등 각종 국회 내 행사도 대부분 취소 또는 연기됐다. 연중 끊이지 않던 여야간 공방도 잠시 멎은 상태다.

이는 승객들의 구조 여부에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쟁에 몰두하거나 설화(舌禍)에 휘말렸다간 자칫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도, 정치인 개인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공천작업에 마음이 바쁜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로 예정됐던 기초단체장 자격심사 탈락자 명단의 발표를 연기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심사 탈락자들이 반발하며 당 지도부에 항의할 경우 '이 판국에 밥그릇싸움을 하냐'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밑에선 지방선거 대응 고심

정치권이 전반적으로 자중하는 분위기지만 지방선거를 감안한 물밑 움직임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현지 구조활동이 난항을 겪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점차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지방선거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지피는 듯한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대학 신입생들이 희생당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에 이어 이번 고교생 승객 실종까지 연이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등의 초기대응 문제도 꼬집고 있다. 나아가 현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야당과 마찬가지로 초기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휘체계 재편을 요구하면서도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한 엄벌에 방점을 찍으며 사태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당장 6월에 지방선거를 치러야할 여야는 '언제까지 선거일정을 중단하느냐'도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여론을 감안해 사고 직후부터 선거일정을 중단시키긴 했지만 일정상 마냥 구조작업만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여객선 내 승객구조작업 마무리 시점과 선체 인양 시점이 오리무중이고 일각에선 선체 인양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 탓에 당내 경선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자를 결정해야할 각 정당으로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만약 선체 인양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면 지방선거는 물론 7월 재보궐선거까지 여객선 침몰사고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연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희비 엇갈리는 후보들, 판세 흔들기 여의치 않아

후보들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객선 침몰사고를 능가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선거 쟁점을 부각시키기가 사실상 어려운 탓에 그간 앞서있다는 평을 듣던 후보들이 선두권을 유지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반면 선거 막바지에 대형공약 등 깜짝카드를 통해 뒤집기를 노리던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다소 초조해질 수 밖에 없다.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둘 경우 괘씸죄가 적용돼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탓에 추격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사고야말로 정치의 본령인 민생(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에 관계된 사안인 만큼 정치권이 선거공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공학적 접근 대신 실질적으로 승객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사고수습 국면에서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정당과 후보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고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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