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90일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마친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는 3일 대치동 특검사무실 인근 중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을 갖고 "특검이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다만 "특검 수사를 너무 거칠다고 혹평한 것은 정말 억울하다"면서 "그렇게 비인간적인 수사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영수 특검은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너무 가까웠다”고 촌평했다.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게 수사 지휘자로서의 진단이다. 박 특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SK, 롯데 등 대기업 수사를 매듭짓지 못한 데 대한 진한 아쉬움도 표했다.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국민에게) 욕은 덜 먹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과 최씨의 친분을 언급하며 “아버지 때부터 인연이 있어서 도와주고 그러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최씨는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질문에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며 “국민 앞에 ‘제 불찰로 잘못했다’고 사죄를 하는 게 좋았을 텐데 자꾸 아니라고 하니까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박 특검은 “최순실 사건은 큰 두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최씨가) 대통령을 팔아 국정농단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유착”이라며 “삼성이나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행위를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안 봤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재단 출연이 권력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논리를 펴지만, 특검팀은 정격유착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했다는 뜻이다.

다음은 박영수 특검 일문일답.

--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 정치 소용돌이 가운데 있다 보니까 우리는 전혀 의식을 못 한 것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니까 힘들 수밖에 없었다. 다 힘들었다. 아마 검사들은 수사 기간 당연히 연장하는 거로 계산했을 거다. 연장이 안 되다 보니까 조금 좀 안타깝고 아쉽고. 이번 수사팀들이 정말 자기 몸을 안 아끼고 일을 했다.

제일 가슴 아픈 건 특검 수사를 너무 거칠다고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억울하다. 그런 말 안 들으려고 오히려 '특별검사답게 수사해라'라고 했다. 예를 들어 김기춘씨 압수수색 갔을 때 이미 아들 집 등으로 다 옮겼더라. 그걸 찾으러 집에 가서 아주머니랑 부인한테도 "가져온 것만 주십시오". 마음 상하지 않게 예의를 갖추고 그랬는데 정치권에서는 자정에 들이닥쳤다고 하더라. 나도 인간이고 검사도 인간인데 그렇게 하겠나? 그렇게 할 땐 가슴이 아프더라. 그렇게 비인간적인 수사는 아니었다.

-- 블랙리스트 수사 어려웠다

▲ 어려운 수사다. 국민적 지지, 여망 이런 분위기가 없었더라면 하기가 어려운 수사다. 단시간 내에 해낼 수가 없다. 근데 이상하더라. 담당 부서가 수사를 기다리고 있더라. 꼭 국장급 과장급뿐만 아니라 더 높은 그룹에서도 기다리고 있는. 그만둔 사람들도 자료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재판도 오히려 팩트 확정은 쉽게 되면 법리 판단 문제라서 오히려 삼성보다 재판은 쉽지 않을까 싶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기각됐을 때 어땠나.

▲ 항상 경제논리를 앞세우면 법이 밀릴 때가 있잖으냐. 제가 이상하게 재계하고 사이가 안 좋다. 서울지검 2차장 때 SK 처음으로 수사했다. 그다음에 현대 자동차를 대검 중앙수사부장 때 구속했다. 그 와중에 김우중씨도 돌아와서 구속했다. 그래서 재계에서 날 엑스(X) 표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까지 해놓으니까 재계에선 저를 좋게 평가를 안 한다.

-- 청문회 거짓말하면 큰일 난다는 선례를 남긴 것 같다.

▲ 국민이 보고 있는 청문회 아니냐. 저는 청문회에서 거짓말하는 걸 보면서 엄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아직은 우리나라가 위증이라든지 비교적 관대한데 앞으로는 이번 사건 계기로 좀 바뀔 거 같다.

-- 법원까지 집회·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 우병우 수사가 제일 아까울 거 같다. 삼성은 특검 생각보다 더 나간 거 아니냐는 얘기 나온다.

▲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최순실 사건은 큰 두 고리가 있다. 한 고리가 대통령하고 친분 이용해서 대통령을 팔고 한 국정농단 고리. 한 고리는 정경유착. 물론 그게 최순실이 끼어들었기 때문에 자꾸 그러는데 최순실 입장에서는 기존의 정경유착을 활용한 셈. 삼성이나 기업들의 출연 행위를 자꾸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 많은데 저는 그렇게 안 봤다. 이재용이 전경련 탈퇴하고, 이제는 정부에서 뭐 해도 정당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서 나라를 개선해야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경유착 고리라는 게 얼마나. 우리는 두 고리로 접근했는데 자꾸 삼성 돈 준 것도 최순실의 위세에 준 것으로 이렇게만 생각을 한다.

-- 삼성 관련 특검에서 해야 했는데 못 한 것이 있나.

▲ 삼성 관련 수사는 특검에서 충분히 했다. 

-- 출연 기업 중 대가관계 있는 기업들은 검찰이 잘 봐야 한다는 바람인가.

▲ 전 기업을 다 그렇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대표적으로 몇몇 기업은 경종을 울리게 해야지 이런 취지에서 접근했다. 검찰이 형사사법권으로써 대한민국 경제 구조를 바꾸겠다 그건 오만이다. 계기를 만들고 국민의 인식을 좀 바꿔줘야 하겠다.

-- 출근 땐 항상 왜 무서운 표정이었느냐

▲ 석 달 동안 하루도 출근하면서 편한 날이 없었다. 첫날 우리 여기 이사 왔을 때 점심때 우리 특검보랑 내려가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그 엘리베이터를 굉장히 걱정했다. 그땐 정말 막막하더라. 엘리베이터 하나도 속 썩이는데. 사람도 새로 오고 하다못해 기록이 법원으로 잘 전달이 되는지 별걱정이. 불 걱정, 물 걱정, 별걱정 다하다가 하루도 편할 날 없었다.

-- 일각에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좀 일찍 소환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아쉬움도

▲ 한번 계산을 해보라. 다른 수사도 안 한 상태에서 우병우 수사하다가 만에 하나라도 판이 깨지면 어떻게 할 건가. 그래서 이화여대 끝내고 의료비선 이쪽은 계속해야 하니까 할 수 없고. 삼성 계속하고. 그러니까 블랙리스트 끝내자마자 사실 착수했다. 내사 기간은 굉장히 길다. 8개 범죄사실을 찾아내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조사하면서 블랙리스트 끝내고 딱 달라붙으면서 오픈을 한 거다.

그리고 사실 영장 재청구하면 100% 나온다. 시간이 없어서 재청구를 못 했고 재청구하려면 법원에서 부족한 부분 보완해야 한다. 보완할 시간 없어서 못 하고 그러다 보니까 불구속 기소를 안 하고 넘긴 것이다. 또 검찰은 수사 대상 제한 없다. 세월호와 수사 압박 그것은 우리가 수사할 수가 없다. 수사대상이 아니다. 정강 자금이라든지 이런 거도 수사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들어가면 내부에서 얼마나 그거 때문에 또 싸웠는데. 수사해야 한다, 수사대상이 아닌 걸 하느냐. 그러니까 지금 가진 8가지 이걸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으냐. 검찰에서 아마 수사 잘할 거다. 안 할 수도 없고.

-- 수사대상 아니라 못했지만, 검찰로 의미 있는 게 많이 넘어갔나? 

▲ 세월호 수사 압력 같은 것은 솔직한 얘기로 압력 인정되는 거다. 그런 식으로 하면. 그리고 정강 자금 같은 것도 들어가 보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못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데 추측이지. 검찰에서 자연히 흘러갈 거다. 

-- 최순실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어떻게 봐야 할까.

-- 욕심이 많았던 사람인가.

▲ 욕심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그런데 굉장히 주변에 사람이 많지는 않다. 주변에 폭넓게 사람이 있었다면 인사 농단이 없었겠지. 너무 대통령하고 너무 가까웠다 그럴까. 사람이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아버지 때부터 그렇게 인연 있어서 도와주고 그렇게 하면. 안타까운 사건이다. 나는 최순실이 좀 국민 앞에 죄가 어떻든 제 불찰로 이렇게 잘못했다, 사죄하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 안 하니까 그게 안타깝다.

--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는 결국 못했는데.

▲ 아쉽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가 100% 양보했다. 그러니까 저쪽에서 '경내 들어와도 좋다, 조사시간 이렇게 하자. 좋다' 다 해버리니까 거절할 명분이 없다. 그래서 9일로 잡았다. 그 전전날 저녁방송에 나가는 바람에. 그걸 아는 사람이 우리 쪽에 몇 사람 없었다. 그리고 대통령 조사할 사항이 너무 많아서 조사하기도 쉽지 않다. 우린 어떻든 조사 중간에 중단되는 사태는 막아야 하기 문에 녹음·녹화가 아니라 녹음만이라도 하자, 녹음만 한다면은 그것만 빼고 다 양보하겠다고 했다. 하루 전에 샜다고 해서 깨는 사람들인데 도저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조사라는 것이 여러 가지 뭐 억측이 생길 수도 있어서 그건 분명히 하자. 근데 그게 전혀 안 먹히더라. 우리는 정말 조사해보려고 노력했다. 

-- 애초에 조사 의지 없었던 거로 보이나.

▲ 글쎄.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돼 버렸으니 속마음 어떻게 알겠나. 나도 참 아쉽다.

--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돼서 CJ 등 관련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 국민한테 그래서 미안하다. 솔직히. 어떻든 우리가 우병우 그다음 CJ라든지 SK라든지 롯데라든지 밝혀서 하면 그래도 특검으로서 최소한의 소임은 다했다 이렇게 할 텐데. 그게 그걸 못해서 국민께 참 죄송하다. 우리가 시간을 못 맞춘 것도.

-- 언제가 제일 위기였나?

▲ 매일 위기였다. 위기라기보다도 그 삼성 영장이 기각됐을 때 굉장히 좀.

-- 위기 수습은 어떻게 했나?

▲ 법원에서 지적한 대로 다시 보자. 다시 보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풀려 간 거다.

-- 장시호 씨는 복덩이 맞느냐?

▲ 장시호씨가 하여간 태블릿PC 얘기한 거 상당히 기여를 했다. 그러나 뭐 정황이랄까 정황 쪽에 우리한테 심증 굳혀줄 수 있는 진술을 많이 했지만, 우리가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게 결정적인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본인도 아는 게 한계가 있다. 그리고 장시호란 사람을 100% 믿으면 안 된다. 우리가 보고 그걸로 확인할 때는 도와줬다. 그러나 자기가 스스로 뭘 이렇게 오픈한 적은 없다.

-- 초기에 유사종교 부분 의혹 많고 수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 거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자료가 없다. 전혀 들어가기 어렵고 재산 들어가기도 어렵다. 우리 재산추적반이 무지하게 조사해놨는데도. 재산 추적이란 게 개인의 프라이버시하고 관계되기 때문에 힘들다.

-- 정유라는 결과적으로 못 데려왔다.

▲ 정유라는 이대 사건 부인하잖아. 자기 엄마가 다해서 자기는 모른다고. 왔으면 좋았는데. 최순실씨 마음도 좀 풀리고. 최씨는 우리가 정유라에 대해서 손자까지 그런다고 하는데 그럴 마음 없다. 없는데 너무 예민하더라. 그리고 정유라는 최고의 복지국가인 덴마크에서 안 온다. 검찰에서 한국으로 가라고 해도 절대 이의를 제기할 거다.

-- 교수들한테 특검한테 100점 만점 몇 점주냐 물었더니 A 학점이라더라.

▲ 감사하다. 저는 여러 사람한테 얘기했지만, 서울고검장 퇴직할 때도 검사로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이 사건 맡게 됐을 때도 복이 많은 사람이라 했고 우리 검사들한테 수사 착수하면서 "나는 수사 운이 있는 사람이다. 다른 운은 없어도 수사 운은 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 난다"고 했다. 진짜 운이 있어요. 그래서 성과 나고. 해병대만 영원한 해병대가 있는 게 아니고 나도 검사로서 이런 기회를 이런 수사를 해볼 수 있다는 건 대단히 명예로 생각한다. 특검하면서 고생하고 힘들고 "야 내가 최고의 명예를 간직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것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다시 날 가다듬고. 하여간 대한민국에서 제일 복된 검사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고. 언제 이런 수사를 해보겠나.

-- 특검 수사 시스템에 대해서

▲ 특별검사 수사 이렇게 크게 수사대상을 많이 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단발 사건, 하나의 아이템 갖고 딱 이게 특검이지. 수사대상을 14개씩 해서 수사를 할 수 있는. 그건 힘들다.

-- 앞으로는 특검 여러 개로 쪼개든지 해야 하나.

▲ 그러든지. 아니면 중수부를 부활시키든지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를 하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

-- 결과적으로 이번 특검에 유례없는 성과 냈기 때문에 특검 발의가 활발해질 거 같다.

▲ 전 그때는 말리련다. 딱 수사대상을 한정해서. 왜냐하면, 한 예로 특검, 특검보는 변호사 출신. 밑에 일하는 사람은 현직 검사. 그게 다를 수밖에 없다. 지휘통솔이 되겠느냐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다가 서로 의견 차이가 나면. 그리고 요새는 포렌식 시스템 이런 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사가 안 된다. 이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다. 특수수사 출발점이 뭐냐. 핸드폰을 찾아라. 핸드폰을 딱 제대로만 압수하면 수사에 바로. 요즘 기술이 좋아서 알고리즘 분석이라고 하는데 숨은 차명폰을 찾을 수가 있다.

-- 백서는 집필 누가 하나.

▲ 나하고 어방용 단장하고 검사 몇 사람하고 합쳐서 써야지. 형태보다도 어떤 내용 담을 것인가 서로 토론해야 하겠지. 수사 백서란 게 앞으로 수사에 참고하도록 하는데 의미 있으니까. 지금까지는 단발 사고 중심으로 해서 그렇다 치지만. 이번은 좀 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공소장 의견서 이것만 두 개 합쳐도 책 반 권은 된다. 삼성 수사가 300페이지 정도 된다. 그런 것을 나중에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해야 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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