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항로 변경, 과잉 회전으로 급선회 이유

[20일 오후2시30분 현재]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20일 사고 인근 해상에서 시신 2구가 추가 발견됐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사고 해역 인근에서 남성 시신 1구, 여성 시신 1구를 추가 수습했다고 밝혔다. 시신의 신원이나 연령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모두 52명으로 늘었다.

이러한 가운데 대형 여객선 '세월(SEWOL)호' 침몰 사건이 예견된 인재(人災)로 좁혀지고 있으나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속된 선장 이모(69)씨도 첫 소환조사에서 "어떤 이유로 침몰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혀 궁금증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왜 갑자기 무리한 항로 변경, 즉 과잉 회전으로 급선회 했느냐는 것이다.

또 해경의 대피 지시를 무시하고 왜 "객실에 있으라"고 방송했는지, 6000t급 대형 여객선이 어떻게 그렇게 쉽사리 뒤집혔는지도 미스터리다. 이밖에 침몰 직전 들린 '꽝'소리의 정체, 조난주파수를 사용하지 않은 까닭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 여객선 세월호의 급격한 항로 변경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향적 분석결과 항로가 급격히 바뀐 흔적이 보이고 있다.
◇무리한 급선회, 도대체 왜?

20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항적자료에 따르면 세월호가 급선회한 것은 지난 16일 오전 8시50분께. 시속 30㎞대로 가던 세월호는 1분 뒤 10㎞대 중반으로 속도를 줄이며 오른쪽으로 항로를 확 틀었다. 직각에 가까운 무리한 항로 변경이었다. 항로 이탈은 이때부터 침수될 때까지 1시간 가량 이뤄졌다.

양호한 날씨, 잠잠한 조류에 정상 항로를 운항하던 배가 갑자기 방향을 튼 이유는 뭘까. 사고 해역이 선박이 진행방향을 트는 변침(變針) 구간이긴 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이 회전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갑자기 나타난 어선이나 어망, 암초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거나 조타기나 엔진 고장, 졸음운전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명확한 원인은 아직까진 미궁이다. 일본의 조선소에서 건조된 '쌍둥이 배'도 지난 2009년 같은 궤적을 그리며 침몰해 선체결함 여부도 제기된다.

◇퇴선 당시 대피명령 했나

"움직이면 위험하니 방안에서 기다리세요" 제주해상관제센터에 구조신호를 보낸지 30여 분 후인 9시30분께부터 물이 차기 시작한 10시께까지 "그대로 있으라"는 방송은 7차례나 반복됐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해 승객들이 앞다퉈 탈출할 때까지도 '퇴선 명령'은 없었다는 것이 구조된 승무원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선장 이준석(69)씨는 "(기다리라고 한 건) 구조선이 도착하지 않아 그랬던 것이고 퇴선 명령은 내렸다"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설령 퇴선 명령이 있었더라도 급선회 후 배가 표류한 지 30분 가량이 지난 상태에서 뒤늦게 이뤄져 논란이다.

앞서 이 선장은 사고 접수 직후 해경으로부터 "승객들을 긴급 대피시키라"는 지시를 받고도 이를 묵살, 그 배경도 의문이다.

◇6000t급이 순식간에 뒤집히나

세월호는 길이 145m, 폭 22m에 무게만 6852t에 달하는 대형 여객선. 여기에 1157t의 화물과 차량 180대(승용차 124대, 1t 차량 22대, 자동화물 34대)까지 합하면 무게는 초대형 크루즈와 맞먹는다.

특히 해당 선박에는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다량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대형 탱크가 있음에도 '꽝'하는 소리와 함께 급격히 기울고 침몰됐다는 증언에 비춰볼 때 연료 효율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물탱크를 비웠거나 비우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꽝'소리는 화물이 부딛히는 소리이거나 엔진룸의 문제, 또는 내부 폭발을 의심하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난주파수 사용 안해

'비상채널 16번'. 전 세계 모든 선박이 긴박한 상황을 주변 관제소나 선박에게 알려주는 국제 조난주파수다. 그러나 세월호는 주변 선박들의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채널 16을 마다하고 12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급박한 상황에서 인근 해경이 아닌 관제센터에 우선 연락한 점과 통화의 질이 좋은 일반전화 대신 무전기를 사용한 점도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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