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파면이냐, 직무 복귀냐.”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12주 넘게 쉼없이 달려온 헌법재판소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진행한다.

직무정지 중인 박 대통령은 헌재의 심판 결과에 따라 대통령직 유지냐 자연인 신분으로의 회귀냐가 판가름 난다.

만일 헌재가 탄핵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국정에 복귀하게 된다. 헌법상 보장된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모두 되찾아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국무총리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다. 박 대통령은 많은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헌재가 실무지침에 활용하기 위해 펴낸 헌법재판실무제요에 따르면 탄핵심판 결정은 선고 시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헌재가 결정문을 낭독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헌재가 10일이나 13일 탄핵 인용을 발표하면 그 즉시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짐을 싸서 청와대를 떠나야 하지만 전례가 없던 일이라서 언제까지 청와대를 나가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다. 이 부분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간다면 행선지는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23년간 살았던 삼성동 사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을 통해 사저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하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퇴임 후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한 바 있다.

탄핵 인용 시 경호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상당 부분 박탈당한다. 전직 대통령에게는 재직 당시 연봉의 70% 수준, 박 대통령의 경우 1200만~1300만원 정도의 연금이 매달 지급되며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에 대한 임금과 국·공립 병원의 무료 의료, 사무실 유지비 혜택 등도 주어지지만 탄핵으로 파면될 경우 이를 받을 수 없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대통령에 대해서는 퇴임 후 10년간 청와대 경호실에서 경호가 제공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한 경우와 재직 중 사망한 경우'는 5년으로 단축된다. 이후에는 경찰이 경비를 맡게 된다.

탄핵 인용 시에는 대통령으로서의 불소추 특권도 잃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관련 기록을 넘겨받은 검찰 수사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준비 중인 검찰은 수사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탄핵 인용으로 민간인 상태로 돌아온다면 검찰에 의해 직접적인 수사를 받을 개연성이 있다.

물론 청와대 바람대로 기각되거나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약 3개월 동안 이어오던 관저 칩거 상태를 끝내고 국정의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이를 우선적으로 챙길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암살에 따른 국제 제재 조치 등이 그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해외순방이나 분위기 일신을 위한 개각 등의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임기말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국정 장악력을 거의 대부분 상실한 상황에서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정상적 국정운영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가 폭발하기 전인 지난해 10월24일 5년 단임제의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제시했던 개헌에 남은 임기 동안의 모든 국정동력을 쏟아 부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모든 게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나 기각, 각하 중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고난의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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