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캡쳐
[김민호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쳐 최순실 등과 공모한 피의자 신분이 됐다. 대통령 신분이라는 방어막을 잃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강제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특검에서 전달받은 10만 쪽 분량의 수사 기록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433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지목했다.

그동안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임에도 한차례의 대면조사 조차 진행하지 못했지만, 이젠 소환조사를 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구속수사도 가능하다.

청와대 압수수색 다시 하나

청와대 압수수색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임명직 공무원들만 청와대에 남게 될 경우 이같은 판단에 대한 정치적 명분과 실력이 부족하게 된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특검 압수수색 당시에 밝혔던 압수수색 장소와 품목에 대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한다'고 판단한 것은, 신분으로나마 직을 유지하던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청와대는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 당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110조와 111조는 각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직무상의 비밀'에 대해 압수수색과 압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항은 동시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는 "압수수색 거부에 대한 판단은 공무소장이 하게 돼 있는데, 청와대의 장(長)은 비서실장이나 경호실장이 아닌 대통령"이라며 "이전에는 직위가 정지됐더라도 신분은 있었으니 압수수색을 막을 힘이 있었지만, 60일 뒤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들이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을 해야 할 이유는 상당하다. 청와대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가 다수 보관된 '물증의 보고'로 추측된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대통령 행적을 밝힐 자료는 물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증거도 청와대에 있다. 앞서 특검이 추가 입수해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미얀마 ODA 사업 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한 안종범 수첩 39권도 청와대에 보관 중이었다.

 
출국금지 조치하나

검찰 수사 방향을 짚어볼 수 있는 가늠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다. 출국금지는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기 때문에 출국금지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검찰은 현재 별도로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출국금지 이후에는 현직 대통령에게 불가능했던 압수수색, 계좌추적, 통신조회 등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청와대 압수수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대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일부 자료만 건네받았다. 특검도 지난달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향후 수사에서 청와대 민정 및 경제수석실과 경호처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재시도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의 핵심은 대면조사다. 검찰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는 방법은 소환장 발부와 체포영장 및 구속영장 청구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 소환장을 두 차례 이상 보내고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영장 등을 발부받아 집행한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이 소환장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서 장기간 칩거를 이어갈 경우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통령이 대선이 진행되는 두 달 동안 칩거정치를 전개하면서 검찰 수사도 거부하면서 버틸 것이다. ‘강제로 잡아가려면 잡아가라’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시간에 쫓기는 처지라는 것도 수사 진행 변수 중 하나다. 검찰은 대선후보 등록 기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15일까지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마쳐야 한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4월 말부터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1997년 대선 직전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자 대선 이후로 수사를 미뤘다. 이런 전례에 비춰 검찰이 대선 기간에 특검 기록 분석과 CJ·롯데 등 대기업 뇌물 의혹 수사에 주력하고 대선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시나리오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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