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사흘째 청와대 관저에 머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3일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저로 이동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오늘 오전 중에 삼성동 사저 상황을 체크해 본 다음에 오후께 최종조율을 할 방침"이라며 "시점은 일단 내일(13일)이 제일 유력하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사저 공사 상황이 아직은 좀 미진해 오늘은 힘들 것으로 보이고 내일 오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수석급 이상 전원이 출근해 비상근무 중인 청와대는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을 보내 사저 공사 진척도를 확인한 뒤 이날 오후 중에 구체적인 이동 시점을 확정할 방침이다. 오후께 청와대 참모들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관저 퇴거와 사저 이동 문제를 조율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동 사저는 1983년 건축됐으며 박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2013년 2월 청와대로 들어오기 전까지 23년간 이곳에 거주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는 비가 샐 정도로 노후한 주택인 데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떠난 뒤 4년 넘게 빈집으로 남겨져 난방시설에도 문제가 있는 상태다. 주변에 여유 부지도 없고 건물을 팔겠다는 사람도 없어 아직까지 경호동 건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헌재의 탄핵심판이 인용된 지난 10일 경호실과 총무비서관실 인원을 보내 경호와 난방 시설 등을 점검했다. 이어 전날부터 밤을 새서 도배와 통신망·보일러 보수 작업, 장판·창문 등 교체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동의 경우 일단 급한대로 사저 내 공간 일부를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 추후 주변 건물을 매입하거나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경호 문제를 이유로 교통량이 적고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삼성동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야반도주하듯 나가지는 않겠다"는 게 참모들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저를 빨리 비우지 않아 벌써부터 '판결 불복'이나 '버티기'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삼성동 사저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빨리 청와대를 떠난다는 방침이다.

탄핵심판 결과와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공식입장이나 메시지 발표 여부도 아직 미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파면 직후 일부 참모들과 관저에서 만난 자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한 뒤 관저에만 머물며 깊은 침묵에 빠진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탓에 대국민메시지 발표 여부에 대한 논의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관저 퇴거 시점이 정해진 이후에 입장 발표 문제도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은 만큼 별도의 메시지 없이 청와대를 나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주인이 사라진 청와대 참모들의 거취도 일단 관저 퇴거 문제가 해결된 이후 정리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박 전 대통령을 현직 대통령으로 게재하고 있어 논란이 된 홈페이지 개편 작업도 조만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본관 앞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는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내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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