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겸 대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후 1천476일 만에 민간인 신분으로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했다.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가 무엇일까 귀 기울였지만 자택을 에워싸고 있는 수 백 명의 취재진들을 뒤로하고 그는 아무 말 없이 사저로 들어갔다.

잠시후 청와대 대변인인 민경욱 의원을 통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하소연이자 헌재 심판 결과에 대한 불복을 내비쳤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일말의 미안함은 느껴지지 않는 당당함이었다.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드러난 각종 국정농단 의혹을 부인해왔던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파면 결정에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불복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이란 표현과 그리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대목을 연결하면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노골적으로 지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야비함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15년 8월 대법원이 불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을 확정하자 "실망이 아주 크다.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사법부를 맹비난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한명숙 유죄판결'에 대해 사과는 커녕 '재심-추징금 모금' 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과 관련, "시민 모두는 민주적 헌법 절차에 승복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통합의 길로 가야 하고, 타도와 배척, 갈등과 편가르기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번 옳은 말이고 지금이야 말로 국민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동안 '헌법 불복' 행태를 보여온 문 전 대표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통령이었던 자. 대통령을 하려는 자, 과연 무엇이 다른가

중국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태풍이 밀려올 때 어떤 이는 담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돌리려 한다"

지금의 정치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한다. 대선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대세론의 문재인 전 대표가 '풍차를 준비하는 자'인지 되새김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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