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AP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지난 10일, 분홍색 헤어롤 2개를 머리에 달고 출근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해프닝’을 두고 “수많은 시선이 이 권한대행의 헤어롤에 모였고, ‘헤어롤’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도 올랐다”면서 이 권한대행의 헤어롤 출근은 “한국의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투영된 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AP는 “세월호 사건 후 열린 첫 긴급회의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머리모양은 완벽에 가까웠다”면서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제 역할을 했는지 여부는 가장 논쟁적인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고 전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사랑과 포용,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남기고 13일 헌재를 떠났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퇴임식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하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하여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퇴임사에서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이라는 말로 운을 뗀다. 그러면서 "흔히 얘기하듯 큰 과오 없이 무사히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는 점,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따름이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헌법재판관)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였다"며 "그런 때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르고 좋은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이 권한대행은 특히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며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중국 법가 사상을 담은 <한비자>의 고사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를 인용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며 헌재의 탄핵 결정을 받아들일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 권한대행은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2013년 이강국(72·사법시험 8회) 당시 헌재소장 퇴임 후 약 3개월간 권한대행을 지낸 바 있어 헌재 역사상 최초로 소장 권한대행을 두 번 맡은 재판관이기도 하다.

198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이 권한대행은 2011년 3월 이용훈(75·고등고시 15회) 당시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전효숙(66·7기)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 됐으며 당시 49세로 최연소 기록도 세웠다.

공직을 떠나는 이 권한대행은 구체적인 활동 계획 없이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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