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역대 대통령 발자취가 전시된 청와대 사랑채 청와대관에서 한 관람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냐 박근혜 씨냐. 사저'(私邸)냐 삼성동 집이냐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및 징역17년 대법원 확정 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상실했다. 이후 국민 여론과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을 일부 준용해 각각 ‘전두환 씨’, ‘노태우 씨’로 불렸다.

같은 법에 따라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예우를 상실했다. 탄핵 찬성 여론도 86%에 달한다. 그러나 ‘박근혜 씨’로 불리지 않는다.

'삼성동 집이 맞다'

14일 헤럴드경제는 해당 법 조항이 호칭까지 규정하진 않고 있으며 전임 대통령이었던 것은 사실이니 박 전 대통령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예우의 시작은 호칭부터 시작하는 만큼 ‘박근혜 씨’가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형법상 반란ㆍ내란죄와 뇌물수수 등으로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全(전) 씨 무기ㆍ盧(노) 씨 17년 징역 확정’, ‘全斗煥(전두환) 씨 無期(무기)로 감형’, ‘대법 전씨 무기 확정’ 등의 제목에서 ‘ㅇㅇ씨’로 표기했다. 기사 내용 중 일부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전 씨’, ‘노 씨’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됐다.

이는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 제7조제2항제2호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는 규정도 영향을 미쳤다. 또 12ㆍ12 군사 반란으로 권력을 잡고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학살의 책임자인만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국민 여론도 반영됐다. 이후 한동안 두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전 씨와 노 씨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최근 손석희 JTBC 사장이 전 전 대통령을 전 씨로 불러 잊혔던 관심을 다시 받기도 했다.

한편 같은 법 제7조 제2항 제1호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 씨와 노 씨에 대해 ‘전 대통령’ 칭호가 부적절하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박근혜 씨’로 칭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박 씨’로 칭하는 언론 기사는 찾기 힘들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이 호칭까지 규정하지 않는다고 하고, 또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있었던 것은 맞는 만큼 ‘전 대통령’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예우라는 것이 호칭에서부터 시작하고, 대통령이라는 호칭 자체가 존칭어이니 탄핵으로 그 예우를 상실했다면 ‘박 전 대통령’ 대신 ‘박 씨’라는 표현이 맞는 것”이라고 했다.

 
'사저'로 부를 수 없는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뒤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집으로 옮겨 가면서, 다수 언론이 현재 박 전 대통령이 머무는 집을 '사저'(私邸)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사저는 '현직에 있는 공직자의 개인 집'을 일컫는 말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머무는 집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가 최준영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가 최순실이 사줬다는 삼성동 집으로 돌아갔다"며 "언론에선 그 삼성동 집을 일러 계속해서 '사저'라고 부른다. 왜 하필 사저인가. 역대 어느 대통령의 집에도 붙이지 않았던 사저라는 말을 왜 박근혜의 집에만 붙이는 걸까. '각하'의 부활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좀 찾아보니 조선시대에는 왕자군, 의정, 찬성, 참찬 등 벼슬아치의 집을 일러 사저라 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장관급 이상의 직책을 가진 자의 집을 사저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사저라는 말은 현직에 있는 공직자의 개인 집을 일컫는 말이라는 점이다. 즉, 사저는 관저(官邸, 장관급 이하에겐 '관사官舍')의 상대말"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영은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쫓겨난 박근혜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용어조차 적절한지 논란이 되는 마당에 그의 집에 '사저'라는 말을 붙이는 건 난센스로 보인다"며 "예전 정치지도자에겐 동교동, 상도동 등 그냥 동네 이름을 붙였었고"라고 강조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저'를 찾아보면 '개인의 저택. 또는 고관(高官)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주택을 관저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개인의 저택'이라는 설명의 경우 '저택'이 '규모가 아주 큰 집' '예전에 왕후나 귀족의 집' '[북한어] 어떤 사람을 존경하여 그의 살림집을 이르는 말'을 일컫는 만큼, 사저라는 표현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을 가리키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최준영은 14일 CBS노컷뉴스에 "예를 들어 차관급인 경기도지사가 머무는 곳을 관사라고 부르지, 관저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관저에 대응하는 말로서 사저의 뜻을 유추해 보면 '현직 장관급 이상인 공직자의 개인 집'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일 때는 삼성동 집을 사저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파면 뒤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주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완구가 공식석상에서 (박근혜를) '각하'라고 부르지 않았나.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용어인 각하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면서 사라졌는데, 박근혜 정권 들어 부활한 셈"이라며 "이번에 삼성동에 모인 친박들도 보면 여전히 임금님 대하는 신하들 모습이 보인다. 그것을 언론에서 매번 꼬집었는데, (사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언론도 은연 중에 박근혜의 권위를 내면화시킨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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