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생애 첫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적용한 '뇌물죄'를 놓고 어떤 대응전략을 펼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약 10여일만에 수사기록 검토를 끝내고 핵심 사안에 대한 수사에 빠르게 착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예 '속도전'을 통해 대선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기로 결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 조사는 21일로 확정됐다.

이후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 내용과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나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방어논리를 뚫기 위해 방대한 수사기록과 진술·증거를 살펴보고 있다.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 등을 살펴보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문제도 고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던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파면된 데다 혐의가 13개나 되는 만큼 밤샘조사 또는 추가 소환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는 한 차례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추가 소환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속전속결로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치고 신병처리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커 조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출신인 강대석 변호사(법무법인 서울)는 "13개 혐의마다 굵직한 사건인 데다 전직 대통령 예우상 쉬지 않고 조사를 벌이기는 쉽지 않아 하루 만에 조사를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 관련 혐의로 10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에 불응, 군 형법상 반란수괴 혐의 피의자로 체포돼 구속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부를지도 고심하고 있다. 호칭에 따라 예우와 조사 강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조사 당시 검찰은 '피의자'가 아닌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검사님"이라고 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도 피의자가 아닌 '대통령' 호칭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예우와 별개로 비교적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검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혐의가 많아 조사실에서는 검찰이 일반적인 피의자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김창근(왼쪽부터)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각각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결국은 한 몸"

한편 검찰은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조사는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는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

검찰은 최근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 조사를 위한 것이었다.

이어 검찰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전 의장, 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16일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는 롯데·CJ그룹 고위임원이 차례로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조사는 박 전 대통령 조사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양자가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로 묶여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전후로 대기업에 대한 조사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도 이미 시작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관련된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14일에는 자문료 의혹이 있는 투자자문업체 M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자문료 형식으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M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위해 단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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