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전 대통령 자택 담벼락과 응원 메시지
[신소희 기자]“문재인이 빨갱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 주택가에 고요를 깨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난 16일 0시30분쯤이었다.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약 70m 떨어진 곳에서 5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로 고함을 질렀다. 주민들 대부분이 잠든 때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

“박정희가 나라 살린 거예요. 뭘 잘못했어 박근혜가..” 그러자 주변에 있던 10여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박수를 쳤다. 이 남성은 경찰관들이 달려와 제지할 때도 “박근혜 만세!”를 외쳤다.

이어 다음날 오전, 등교하는 한 초등학생에게 태극기 등을 나눠주며 훈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가 만난 이 학생(삼릉초 4학년 이모(10)양)은 “아저씨들이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면서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와서 "애국하려면 너희들 때부터 잘 배워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태극기만 봐도 무섭다”고 말했다.

결국 학부모들이 나섰다.

삼릉초 학부모들은 아이들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으니 학교 인근 집회신고를 막아 달라는 탄원서를 지난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한 것.

이후 친박 시위대들이 매일 아침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를 외치던 아침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17일 연출됐다.

폭언과 폭력이 난무하고 시위대의 고성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이 몰라보게 조용해졌다.

▲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지나는 초등학생들
경찰이 자유통일유권자본부에게 내달 13일까지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집회를 금지할 것을 통고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은 박근혜지킴이결사대가 신고한 집회도 주민과 아동 안전 침해 등의 우려가 있어 제한했다.
또 경찰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 등교 시간인 오전 7~9시와 하교 시간인 낮 12~3시 사이에는 집회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함께 수업시간에는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고 집회 참가자도 신고인원인 20명을 넘지 못하게 했다. 집회 구역도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담벼락으로 제한했다.

이날 삼릉초 녹색 어머니회 관계자는 “(경찰 집회금지로) 동네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면서도 “등·하교 시간대 후문개방이라거나 자택 담벼락 쪽 인도 개방이 안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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