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김홍배 기자]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날, 박은 삼성동을 떠나며 진돗개를 품에 꼬옥 안고 있었다.

영남 출신의 대통령이 호남 출신의 진돗개와 한지붕 아래에 살며 국민통합을 실현해 주길, 또, 진돗개가 대통령의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길 온 국민은 바랬다.

하지만 많은 국민을 훈훈하게 했던 이 모습은 알고 보니 잘 짜여진 '기획 상품'이었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지난 1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제목이다. 손석희 앵커는 "탄핵된 대통령이 청와대에 두고 나왔다는 진돗개 아홉 마리가 논란이 됐습니다"라며 진돗개들을 버린 박근혜씨를 직접 언급했다.

"나쓰메 소세키가 길렀다던 그 고양이의 말처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좀처럼 알기 힘든 사람들. 이제는 홀로 앉아 자신을 돌아보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만의 언어로 또 다른 진실을 생각하고 있을까... "

손 앵커는 고양이가 화자인 일본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시선과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의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제목을 빌려 박근혜씨의 소통 불가의 언어를 비판하고 있었다. 16일 오전 민주당 표창원 의원 역시 청와대 진돗개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아래와 같이 일갈하기도 했다. 

"동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존중하지 않고 수단과 도구, 물건으로 보는 이는 사람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도 존중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2년 청와대 진돗개들의 입양을 두고 '홍보의 일환'이라는 목소리가 팽배했었다. 그럴 수 있다. 취임한 대통령이 '반려견'을 키우는 모습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국민들과 함께 모든 생명을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 '기획'의 과정에서 또 한 번 거짓말이 동원됐다. 여지없이 '비선 실세'의 존재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종국엔 그 '반려견'들을 '나 몰라라' 해 버렸다. 박근혜씨가 보여준 '청와대 진돗개'와의 4년여의 궤적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간단하다.

그 궤적이 거짓말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무책임으로 일관했던 박근혜씨의 지난 4년간의 국정운영 행태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리라. 반면 한편에선 구태여 '주인' 잃은 애완견처럼 삼성동을 찾아 울고, 기도하고, 태극기를 흔드는 지지자들도 존재한다. 청와대 진돗개들보다 훨씬 더 불쌍한 이들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새롬이와 희망이 가족은 뿔뿔이 흩어질 예정이란 소식이다. 이들 9마리는 '한국진돗개혈통보존협회' 등 동물단체와 일반 분양될 가능성이 점쳐 지고 있다. 이게 다 청와대를 나가면서 "진돗개 혈통 보존" 운운했다는 박근혜씨의 뜻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 온다. 새롬이와 희망이 가족에게는 박근혜씨의 품을 떠난 것이 다행일까 불행일까.

"참 나쁜 대통령"이었으며 파면까지 당한 박근혜씨가 들어야 할 말은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로 그쳐선 안 된다. 더 나아가 "당신은 이제 국민을 들먹여선 안 된다"와 "당신은 정치를 해선 안 된다"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새롬이와 희망이들이 덜 억울해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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