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소환을 이틀 앞둔 19일 서울중앙지검은 소환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조사가 이뤄지면 박 전 대통령은 전직 국가 수반으로 4번째 검찰 조사를 받는 인물이 된다.

검찰은 지난해 특수본이 준비했던 질문과 특검이 준비한 질문을 고려해 최종질문지를 준비하고 리허설에 한창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90여개 문항,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200개가 넘는 문항을 준비했던 것으로 볼 때 13개의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질문이 수백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혐의를 부인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사실무근'이라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나는 몰랐다"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대부분의 정책과 행동들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청와대 직원, 대기업들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재단출연 잡아뗐는데...

먼저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는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정에 대해 검찰은 직권남용혐의를, 특검은 뇌물죄를 적용해 각각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다시 수사를 시작면서 뇌물죄 조사로 방향을 틀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주도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추진했고, 청와대와 최순실씨는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최순실게이트'가 처음으로 불거졌을 시기라 완전히 잡아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4일 두번째 대국민담화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칭한 발언이었다. 또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라는 말로 각종 불법행위의 책임은 최씨에게 떠넘겼다.

그러나 특검팀이 재판에 넘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 공소장을 보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기업들이 뜻'을 모은 게 아니었다. 정작 뜻을 모은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였다. 특검팀은 이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다.

공직 인선에 '최순실 입김' 통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 볼 의혹 중 하나는 '국정농단' 의혹이다.

최순실(61·구속기소)씨는 정책결정과 고위공무원 인사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진 이유중의 하나인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이다.

검찰과 특검이 그동안 조사한 사실에 따르면 일반인인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권력을 빌어 고위공무원, 주외국대사 등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인사추천이 공직자 임명에 반영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일부 공직자 중 최순실이 추천한 인물이 임명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저는 최순실로부터 공직자를 추천받아 임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월1일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자청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내가)미처 모르는 좋은 분을 여러분이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누구나 추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추천받았다고 해서 임명이 되는 게 아니다"며 "검증도 하고 세평도 알아본 뒤에 잘 할 것 같다 하는 분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추천이 특이할 만한 일이 아니고, 실제 인사에 반영되지도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의 조사결과는 정반대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0월 최씨 추천을 받은 김종 제2차관을 대한승마협회를 감독하는 문체부 2차관으로 임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김 전 차관을 통해 정유라가 승마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문체부, 대한승마협회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얀마 대사 임명도 최씨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최씨는 자신의 미얀마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를 미얀마 대사로 앉히기로 마음먹고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 출신 유재경씨를 임명해주도록 요청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외교부에서 추천한 미얀마 대사 후보를 배제한 채 유씨를 신임 미얀마 대사로 임명했다.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임명됐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의 전임 이사장 연임안을 거부하고 새 이사장에 김인식 이사장을 앉혔다.

특히 특검팀은 뇌물죄 관련 수사를 벌이면서 미르· K스포츠재단의 탄생 배경에 주목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를 통해 두 재단 출연을 독려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두 단체 모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이익을 위해 설립됐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대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으면서 이익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낸 기업들에 대해 특검은 '뇌물 공여자'로, 검찰은 '강요의 피해자'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공동체'는 어디까지 진실?

다음으로 핵심 의혹 가운데 '사익 추구'가 꼽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탄핵심판을 통해 파면되기 까지 박 전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최순실씨의 비리에 자신이 연관되어 있지 않고, 사적인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담화에서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1월25일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는 최순실씨외 이익을 공유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금 더 날선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조사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특검팀의 조사결과는 다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였다.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재단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공동운영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두 재단 임원 인사권과 재산비율 결정 과정 등에 참여하지 못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전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비춰볼 때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이익을 공유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박 전 대통령 입김이 상당히 있었다고 본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고 볼만한 정황은 공소장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씨와 어머니 임모씨는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대금을 대신 지불해줬다. 삼성동 자택을 관리해준 것도 최씨와 임씨이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대신 해줬다.

또 최씨는 2013년부터 의상제작 등 비용 3억8000만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사설 의료진과 무자격의료진을 소개해준 것도 최씨였다.

헌재의 판단도 비슷했다. 헌재는 '피청구인(박근혜)은 미르와 K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 및 KD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씨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고 탄핵사유를 밝힌 바 있다.

사기업 인사까지…'꼭두각시'였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적용된 죄목은 직권남용이다. 13개의 혐의 중 직권남용죄가 적용된 것이 7개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의 상당 부분은 사기업 인사에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KT, KEB하나은행 등 기업이 주대상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사기업 인사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27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박 전 대통령은 "사기업 인사에 관여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제가 추천을 했다는 사람 중 일부는 전혀 알지도 못 한다"며 "특정 기업 특정 부서에 취업을 시키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드러난 인사 추천에 대해서는 "일부 인사들은 능력이 뛰어난데 이를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능력을 펼칠 기회를 알아봐주라고 이야기했던 것일 뿐"이라고 부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 검찰과 특검팀의 조사와 상충되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대형 민간건설사 대표이사, 은행 임직원 임명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추천한 인사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박 전 대통령 주장은 일부 사실일 수도 있다. 최씨가 요청한대로 임명을 해준 정황이 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기업 인사 개입은 하나은행건이 꼽힌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의 자산관리, 대출업무 등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넣었다. 청탁의 내용 또한 하나은행 유럽총괄법인 사무소를 룩셈부르크가 아닌 프랑크푸르트에 설치해주고, 자신의 지인 이상화씨를 총괄법인장으로 임명해달라는 것으로 구체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요청을 받은 뒤 안종범 전 수석을 통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하나은행에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유럽총괄법인 설립자체가 무산되면서, 이씨는 유럽법인장 자리에 앉지 못했다.

그러자 최씨는 해외송금 등에서 편의를 받기위해 이씨를 해외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다시 추천했고, 박 전 대통령은 역시 금융위원회와 하나은행에 압력을 넣어 이를 성사시켰다.

KT를 상대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진행된 검찰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KT에 인사압력을 넣고, 최씨와 차 전 단장이 설립한 광고대행사가 계약을 수주하도록 공모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0월 안 전 수석에게 "이모씨라는 홍보전문가가가 있으니 채용될 수 있도록 KT 황창규 회장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이 같은 지시를 그대로 KT 황 회장에게 전달했으며, 황 회장은 이 요구에 응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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