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22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55분쯤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와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느냐',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랐다.

이날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거나 민감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일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일부 증거가 명확한 부분에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불법·위법 행위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검찰이 가급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한 차례로 마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자정을 넘기며 '마라톤'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박 전 대통령이 '심야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 부장검사(47)와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48)의 질문에 대체로 적극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기업 총수들에게 ‘강요’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61)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바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독대 내용에 대해서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의 통화녹음 파일 등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 업무라 참석해야 하는 행사였고 늘 분주하다’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핵심 증거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해서는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로 인정한다”면서도 “‘법과 규정의 테두리 내에서 처리하라’고 얘기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답변은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가 종료된 뒤 박 전 대통령은 6시간 이상 본인이 '피의자'로 적시된 조서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측은 몇번씩 꼼꼼하게 조서를 읽어보며 수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조사에 입회했던 유영하 변호사는 "조서 내용에 검토할 게 많아서 오래 걸렸다"며 "꼼꼼하게 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손범규 변호사는 조사가 종료된 뒤 "검찰은 특검과 달랐다. 정치적이지 않고 객관적 중립적으로 사실을 파헤치려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조사는 진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고려할 것과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를 해야한다는 의견에도 불구,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14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씨의 혐의가 최소 14가지에 달하는 데다 뇌물수수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등 죄질이 나쁜 점,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최순실씨 등 피의자 대다수가 구속 기소된 점 등을 미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전구속영장 청구, 뇌물죄 적용여부 등을 검토, 이르면 23일 구속여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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