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지난 21일 청와대 비서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귀가하기까지 참모들도 한데 모여 같이 밤을 지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서실장과 대부분 참모들이 박 전 대통령이 조사 받는 내내 지켜봤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귀가한 이후에 비서실장 등 일부 참모는 옷 갈아입으러 집에 들어가고 일부는 아예 귀가하지 않고 곧바로 업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인잃은 靑 비서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글쎄요. 사표가 반려된 게 잘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사표를 냈다 돌려받은 청와대 참모는 "사표 반려된 것 축하한다"는 지인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차라리 사표가 수리됐다면 정권이 바뀌기 전에 다음 일자리라도 알아볼텐데, 사표가 반려되니 대선 때까지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났지만 대통령 비서실에는 여전히 433명의 직원들이 남아 근무하고 있다.

이른바 '늘공'(늘 공무원)으로 불리는 부처 파견 또는 청와대 소속 공무원이 300여명,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정치권 등 외부 출신이 100여명이다. 어느 정권이든 임기말이 되면 어공들은 기업이나 협회 등의 좋은 자리를 잡아 하나 둘 청와대를 떠나간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은 어공들이 새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출신이란 경력이 '훈장'이 아닌 '낙인'이 돼 버린 셈이다.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보좌의 대상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바뀌었을 뿐 업무의 변화가 없지만 분위기는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처 파견 공무원들은 원대복귀만 기다리고, 당에서 파견한 인원은 하나둘 돌아가고 있는데,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암담하다는 표정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청와대 수석비서관실의 경우 경제·외교·안보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면서 기존의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인데, 다만 업무량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했다.

국정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국무조정실로 바뀌면서 대통령비서실 업무는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각 수석실별로 박근혜정부에서 생산했던 모든 기록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기 전 양식에 맞게 재입력하는 작업이 한창"이라며 "이런 작업은 정상적인 상황에선 내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했을 작업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며 "요즘은 택시를 타고도 '청와대 가자'고 하면 무슨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경복궁 북문(신무문)으로 가자'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일자리도 걱정이지만 '폐족' '부역자' 취급 받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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