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암보다 두려워하는 질환인 ‘치매’. 여러 가지 유형 중 50~80% 이상을 차지하는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법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전문가들은 치매 발병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면 환자 맞춤형 예방과 치료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라울 데시칸 교수 연구팀은 2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플로스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에서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얼마나 생겼는지 검사해서 알츠하이머의 발병 가능성뿐 아니라 몇 살쯤 이 병에 걸릴지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뇌에 변형 단백질이 쌓이면서 기억력과 같은 인지 기능이 서서히 악화하는 병이다.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치료 방법이나 치료약은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치매 환자는 68만여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정상 노인을 합해 총 7만명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31개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환자마다 이런 유전자 변이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해서 점수를 매겼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를 많이 가질수록 병에 일찍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본 것이다.

연구진은 이 점수를 미국의 연령별 알츠하이머 환자 통계와 조합해 알츠하이머가 언제 발병할지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유전자 변이 점수가 상위 10%에 있는 사람들은 평균 84세에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10%는 95세에 발병한다고 예측했다.

김영수 연세대 약학대 교수는 "알츠하이머는 치료약이 없지만 언제 발병할지 미리 안다면 그때에 맞춰 뇌 세포를 자극하는 약으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며 "하지만 연구에서 밝혀진 유전자 변이가 알츠하이머 외에 암이나 다른 질병에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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