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국유지 헐값 매각에 나도, 아내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의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진실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아베 정권을 뒤흔들고 있는 '아키에 스캔들'과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하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스캔들과 관련한 베일이 하나둘 벗겨질수록 아베 총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으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아키에 스캔들'이란 오사카(大阪)의 우익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이 작년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과정에 아베 총리와 그의 부인인 아키에(昭惠)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말하는데, 지난 2월 일본 국회에서 논란이 시작된 이후 파문이 확산되며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아키에 스캔들 이후 한달 새에 10%포인트 가량 급락했다. 

이날 NHK,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아키에 스캔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전날 일본 국회는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을 국회로 소환해 관련 의혹에 대해 증인환문(청문회)를 진행했는데, 가고이케 이사장은 아베 총리 부부가 의혹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폭탄발언을 해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사태는 심화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에 아베 총리 부부가 관여했는지, 그리고 이 학원에 아베 총리가 기부금(100만엔)을 전달했는지 등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가고이케는 국유지 헐값 취득 과정에서 "정치적 관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으며, 2015년 아키에 여사로부터 "아베 신조가 주는 것이다"라며 기부금 100만엔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가고이케는 이날 중참 양원 예산위원회에서 각각 2시간, 총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청문회에서 작심한 듯 아베 총리 부부에게 칼끝을 겨누는 듯 했다.

그는 국유지 헐값 매입에 대해 자신이 아키에 여사에게 국유지 취득에 협조를 요청하긴 했지만, 관저 직원으로부터 '어렵다'는 답변을 팩스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가 된 국유지 불하 가격과 관련, "예상외로 싼 가격이어서 매우 놀랐다"며 국유지 취득 과정에 "정치적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토모 학원은 초등학교 용지로 쓸 국유지를 평가액의 14% 수준인 1억3400만엔(약 13억5000만원)의 헐값에 취득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기부금과 관련해서는 2015년 9월 5일 학원 운영 유치원 원장실에서 단둘이 있을 때 아키에 여사가 '아베 신조로부터입니다'라며 돈 봉투를 줬다면서 "명예로운 일이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가고이케는 이 문제가 불거지자 아키에 여사가 자신의 부인에게 여러차례 '입막음을 위한' 이메일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가고이케의 이러한 주장에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이 전날 "아키에 여사를 국회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고이케의 폭탄발언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도, 아키에 여사도 그런 적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아베 총리도 "이미 답했던 대로"라며 부인했다.

이어 아키에 여사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아키에 여사는 페이스북에서 "나는 카고이케에게 100만엔의 기부금을 건낸 적도 그로부터 강연료를 받은 적도 없다" "가고이케의 부인과는 올해 2월부터 몇번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지만 기부금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가고이케 이사장의 국회 청문회 이후 일본 시민단체 약 500여명은 전날 밤 일본 국회 앞에서 "모리토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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