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린 날씨 속 세월호
[김승혜 기자]세월호 인양 작업이 사실상 인양에 성공했다.

해양수산부는 25일 오전 4시 10분 "세월호가 반잠수선에 정확히 선적됐음을 잠수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잠수선 선적 작업은 수면 위 13m 부양 작업과 함께 세월호 인양의 2대 난제로 꼽혔다. 중대 고비로 여겨졌던 두 작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세월호 인양은 이제 목포 신항 이동과 철재 부두 거치 과정만 남겨놓게 됐다.

이처럼 거대한 여객선을 통째로 들어 올리는 인양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번에 세월호 인양작업에 참여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지난 2015년 7월 ‘중국판 세월호’라고 불린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를 양쯔강에서 건져냈다.

그러나 둥팡즈싱호는 세월호 선체 규모의 2분의 1에 불과하고, 사고 해역이 상대적으로 험하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비교하긴 힘들다.

둥팡즈싱호는 길이 76m, 폭 13m, 여객정원 534명이다. 길이 145m, 폭 22m, 여객정원 921명에 달하는 세월호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는 해역이 험하기로 유명하고 수심이 깊다. 이와 달리 둥팡즈싱호가 침몰한 양쯔강은 바다보다 수심이 얕고 유속도 빠르지 않은 데다 강기슭 인근에 가라앉아 인양이 수월한 편이었다.

2014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침몰한 7000톤급 이상 외국 선박은 총 15건이다. 이 가운데 14척이 인양됐으나 이들 상당수는 통째로 인양된 것이 아니라 선체가 절단·분리된 뒤에야 비로소 인양됐다.

여객선은 아니나 지난 2000년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에서 폭발 사고로 침몰, 승조원 118명이 사망한 1만3000톤급 핵잠수함 쿠르스크호는 작업 시작 6개월 만에 인양됐다.

쿠르스크호는 길이가 155m로 세월호(145.6m)와 비슷하고 파고와 수중 시야 등 사고 해역 여건도 진도 앞바다와 유사하다. 하지만 내부 어뢰나 미사일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미사일 발사실과 통제실 등이 분리된 뒤 인양됐다.

▲ 세월호, 반잠수식 선박 선적 과정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종종 언급되는 사례는 이탈리아의 콩코르디아호다.

1500여개 객실에 영화관과 카지노까지 갖췄던 이 초대형 호화여객선은 2012년 1월 승객과 승무원 4229명을 태우고 가다 이탈리아 질리오 섬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당시 32명이 숨졌는데, 세월호 사건처럼 선장이 배를 버리고 달아나 ‘이탈리아판 세월호’로 불린다.

선박 총 톤수(GRT)는 11만4147톤으로 세월호보다 16배가량 무거운데 좌초 2년 반만인 2014년 7월 인양됐다.

그러나 연안에서 좌초한 콩코르디아호는 완전히 물에 잠겨 있는 세월호와 달리 선체 절반가량만 수면 아래에 잠겨 있어 작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여건 상 인양하지 못하거나, 인양 자체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여객선이었을 뿐 아니라 당시 최고의 조선기술로 건조돼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로 불린 타이타닉호. 이 초대형 여객선은 사고 후 지금도 바닷속에 잠겨 있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중 빙산에 좌초돼 침몰했다. 승선 인원 2223명 중 약 1500명이 목숨을 잃어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로 꼽힌다. 그동안 선체 인양 시도가 있었으나 선체가 3900m에 달하는 심해에 잠겨 있고 비용과 장비, 인력 등 문제가 얽혀 인양할 수 없는 상태다.

1994년 9월 스웨덴 연안 발트해에서 침몰해 희생자 852명을 낸 1만5556톤급 여객선 에스토니아호는 깊은 수심(84m)과 낮은 수온, 인양 중 시신 훼손 가능성 등으로 인양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시신 인양을 요구했으나 스웨덴 정부는 예산을 이유로 인양을 포기했다. 대신 배와 시신들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닷속에 콘크리트를 부어 선체 전체를 매장했다.

2006년 2월 이집트 연안 홍해에서 침몰한 1만1779톤급 여객선 '알-살람 보카치오 98'은 침몰한 수심(800m)이 너무 깊어 인양을 포기했다.

1953년 침몰한 영국의 '프린세스 빅토리아'도 수심(96m)이 깊고 유속이 빨라 인양을 포기했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국 해군의 USS 애리조나호도 인양을 포기했다. 당시 당국은 절단해서 인양하면 해양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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