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변호사 시절ⓒ문재인 후보 캠프 제공
아래의 이야기는 부산의 명문 경남고등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몇 분이고?” “7시 반 넘었다”
두 고등학생이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뛰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타박타박 천천히 걷습니다.
“이라다가 지각하겠다. 재인아, 내 가방 인주고 니는 얼릉 뛰어가라.”
“괜찮다 안카나."
재인이의 친구는 다리가 불편합니다.
재인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이 친구와 함께 학교를 다녔습니다.
몸이 약한 친구를 대신하여 친구 가방까지 재인이가 늘 가방 두 개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는 빨리 걷지를 못합니다.
그 친구의 느린 걸음에 재인이가 보조를 맞춥니다.
친구는 먼저 가라고 하지만, 자신이 진짜 먼저 뛰어가 버리면,
남은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허전할지 그는 압니다.
그래서 그는 친구와 함께 지각을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소풍이었습니다. 목적지는 지금의 금정구에 있는 해동저수지. 그 당시 정학이는 먼 길 소풍을 갈 수 없어 빠지려고 했고, 그때도 같은 반으로 늘 가까이 했던 재인이가 도와주겠으니 같이 가자고 권유하여 용기 내어 소풍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버스종점에 집결하여서 해동저수지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었다. 그 당시 재인이는 정학이만큼 키도 작아서 함께 앞줄에 서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뒤쳐져 어느 덧 친구들은 보이지도 않게 되었고, 또한 지친 정학이가 걷기 힘들어 하니 재인이가 갑자기 친구에게 등을 들이대었습니다. “업히라…” 정학이를 업었습니다.

허나 당시 자신도 덩치가 조그맣고 힘이 세지도 않아 정학이를 조금 업고 가다 내려놓고 그렇게 둘이 같이 걸어가다가 또 정학이를 업고 조금 가다가 내려놓고 그렇게 하면서 쉬엄 없이 갔다고 합니다. 그때 재인이의 생각이 자기가 조금 더 키 크고 힘이 세었으면 정학이를 맘껏 업고 갈텐데 하면서 속으로 울었답니다. 그렇게 가다가 시간도 흘러 배가 고파서 중도에서 가져간 도시락도 까서 나누어 먹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결국 목적지인 소풍장소에 까지 도착했답니다.

그때 이미 소풍행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그리하여 한숨 좀 쉬고 30분 쯤 후에는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때에는 많은 친구들이 이런 사정을 알게 되어 정학이를 교대로 업고 즐겁게 이야기 하면서 어울려 돌아오는 바람에 더 이상 고생은 면했다고 합니다.
다리가 불편했던 친구에게 그해의 소풍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현재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김정학 판사.
그가 문재인의 등에 업혔던 바로 그 친구입니다.
그가 기억하는 문재인은 그렇게 남의 아픔을 헤아리는 친구였습니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깊은 배려를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학이는 친구 재인이에 대하여 또 이렇게 우정을 회상해 중,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알린 적이 있습니다. ‘내가 젊었을 적에 법대를 나왔으나 집안 사정으로 고시공부를 접고 조그만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머리와 성실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비록 조그맣지만 그 사업이란 것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어 앞날이 캄캄했다.

그 무렵 재인이는 변호사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다지 여유가 있을 때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자기가 모든 비용을 다 댈테니 나에게 다시 고시공부를 할 것을 권했고 내가 주저하자 후배까지 보내어 기어이 결심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염치없지만 서울에서 부산으로 맨 몸으로 재인이가 이미 구해놓은 부산 구포에 있는 고시원으로 내려갔고 그로부터 2년 동안 재인이가 그동안 내용이 바뀐 고시공부 책 모두를 새 책으로 사서 넣어주고 고시원비, 용돈까지 대어 주면서 공부를 시켜주었다.

다행히 1년만에 1차, 2년만에 2,3차를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판사 임관까지 받을 수 있었으나, 어쩜 불합격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재인이는 어떤 무한 책임까지 질 각오였까? 그 뒤에는 서로 서울과 부산에서 거주한 관계로 만나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은 사이가 되었지만,

그리고 아직 그 빚을 조금도 갚지 못하고 있지만, 세상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우정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생각만 하여도 항상 벅차고 훈훈하다. 사람이 남에게 신세를 많이 진 사실이 이렇게 가슴이 뿌듯하다니......’

정학이는 얼마 전 친구 재인에 대하여 이렇게 평한 적이 있습니다. “내 친구 재인이는 공산당을 피해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흥남부두에서 겨우 배를 얻어타고 남하한 피난민 2세이다. 그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피난민 정서이다.

공산당 하면 자다가도 놀라 벌떡 일어날 피난민 정서이다. 다만 이 땅에서 맨 몸으로 살면서 겪은 모순에 대한 진한 아픔과 피난 못해 남겨진 북한주민에 대한 진한 연민이 혼재되어 있을 뿐이다. 친북이나 빨갱이와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 아예 방향 자체가 다르다. 공산당에 대하여는 그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DNA가 생래적으로 각인 되어 있는 사람이다.

진정코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글 : 지만호 시사경제 오늘의 한국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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