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전북 완전국민경선 연설
[김민호 기자]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광주·전남·제주에 이어 26일 전북에서도 압승, 호남권 경선에서 대승하며 당내 경선 우위를 굳혔다.

투표 참가율과 안 후보의 압도적인 득표라는 뜻밖의 결과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반문(反文) 정서가 ‘안철수’ 대안으로 현실화됐다”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안 후보의 압승의 배경을 두고 가장 먼저 나온 분석은 반문(反文) 정서의 집결이었다.

박지원 대표는 이날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우리 광주·전남·제주 시·도민들의 의사가 표시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평소에도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면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공포증’에 싸일 것”이라고 말해온 바 있다. 박 대표가 말한 이 공포증이 점차 현실화되자, 호남에서 문 후보에 대항할 대안 후보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사실상 문 전 대표로 후보가 정해진 민주당과 맞서려면 제일 센 안철수에게 ‘한번 이겨 보라’며 힘을 몰아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안 후보도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오늘 저의 승리는 문재인을 꺾고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하라는 요구”라고 밝혔다.

경선룰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 측은 “현장 투표만으로 이뤄지는 경선룰은 조직력이 강한 후보에게 유리하다”며 현장 투표 비율은 50%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남 조직력에 자신이 있는 손학규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경선의 75%를 현장 투표를 반영하는 것으로 결국 양보했다.

정치권에서는 “까딱 잘못하면 안철수가 질 수도 있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경선 흥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직력이 강한 캠프가 선거에 유리한데, 현장투표 비율을 75%까지 올렸으니 만약 경선이 흥행에 참패하면 조직력 약한 안 후보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당초 당에서는 이번 광주·전남·제주 경선에 3만5000명에서 4만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지역에 등록된 당원 7만명 중 3만여명이 참여하고, 일반 시민 5000~1만명이 추가로 참여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실제 경선장에는 이를 훨씬 웃도는 6만2441명이 참여했다.

당 안팎에서는 “조직력이 발휘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특히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조직력이 약한 안 후보 캠프의 약점이 상쇄됐다”고 했다.

한편 호남 당원 비중이 높은 국민의당은 25~26일 이틀에 걸쳐 치러진 광주·전남·제주, 전북 경선이 사실상 전체 경선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이때문에 안 전 대표가 2년 동안 전남 강진에서 기반을 다진 손 전 지사와 광주 다선 현역인 박 부의장을 호남에서 맥없이 무너뜨리자, 사실상 당 후보는 안 전 대표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손 전 지사의 경기지역 지지기반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경기지사 재임 시기는 2002~2006년으로, 무려 10~15년이 흘렀다는 점에서 기존 지지기반이 의미 있게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전국적 인지도에 미뤄 수도권과 서울에선 안풍(安風)이 더 거세리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나아가 호남에서의 압승을 기반으로 안 전 대표의 당내 '대세론'이 굳어져, 향후 순회경선에서 안 전 대표에게 표가 더 몰릴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틀에 걸쳐 진행된 광주·전남·제주 및 전북권역 경선에 각각 6만2,441명과 3만382명, 도합 9만2,823명의 선거인이 몰리면서 국민의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흥행하는데 자당은 밀리고 있다는 내부적 위기감과, 새로운 투표방식이 사고를 일으켜 오히려 '경선 파문'이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을 털어낸 눈치다.

아울러 4·13 총선 당시 호남에서의 승리를 이끌어냈던 '반문정서'가 다시 살아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전두환 표창 논란', '부산대통령 발언' 등을 계기로 그간 여론조사 지지도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솟구치며 폭 넓은 투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평이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해온 '문재인 대 안철수 1대1 구도'라는 슬로건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로 연결됐고, 상당수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경선 흥행을 통해, 정권교체 요구가 강한 조기대선 국면에서 민주당과 별도 노선을 고수할 명분이 확립됐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이와 관련 "경선이 대박이 났다. 누가 호남에서 우리 국민의당 후보를 위해 이렇게 투표해줄까를 예측했나"라며 "위대한 우리 호남민들은 다시 한 번 국민의당이 집권하라는 기회를 줬다"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 전의 '안철수 신드롬' 재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안 전 대표가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성 정치인들을 넘어서는 지지도를 보였던 상황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와 관련, 경선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