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확정됐다.

오는 30일 오전 10시 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 강부영 판사(43·사법연수원 32기)가 맡는다. 영장전담재판부엔 부장판사 2명과 평판사 1명이 있는데 강 판사는 유일한 평판사다.

매주 인신 영장과 압수수색 영장 등을 번갈아 가면서 맡는 내부 규칙에 따라 강 판사가 맡는다.

영장 재판은 통상 판사 1명이 전담하지만 최근 국정농단 정국에선 상황이 달랐다. 이번에도 공식적으론 강 판사가 전담하지만 최종 결정은 다른 부장판사 2명과 오랜 토론과 협의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심문 기일엔 대체로 피의자가 직접 출석해 재판장에게 입장을 소명한다. 하지만 피의자가 외부 노출에 부담을 느끼거나 심문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심문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담당 판사는 서류심사만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이 경우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출석하지 않고 서류 심사만으로 판단을 받았고, 결국 구속됐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등도 모두 심사를 포기했다. 법원은 이들 모두에게 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만큼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영장심사는 저녁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영장심사도 오후 6시께 끝났다. 영장심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은 영장 청구 여부 결정 때까지 구치소로 옮겨 대기하게 된다.

다른 주요 피의자들도 그랬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에 대한 반대 입장과 불구속 공판이 필요한 사유를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영장 판사를 충분히 설득해야 불구속 공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영장심사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에 영장심사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례적이지만 영장 판사가 받아들이면 가능한 일이다. 검찰이 언론 등에 보안을 지키며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하다가 갑작스럽게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실제로 피의자 측 변호인이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반박할 증거자료를 확보하거나 반박 논리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박 전 대통령 측이 영장심사 일정을 늦춰달라고 해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지 9일이 지나서 영장심사를 받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해 보인다는 얘기다.

또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 때 그의 '부인진술'을 받는 데 충실했다고 한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박 전 대통령을 몰아세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혐의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상세하게 알려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판사 앞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불구속 공판을 주장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간혹 강력 사건의 체포 피의자가 모든 혐의를 시인하고 영장심사를 포기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시종일관 혐의를 다투고 있기 때문에 사전 예고 없이 영장심사에 불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응 것이 볍조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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