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직접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기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심사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감수해가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마지막 기회를 선택한 것이어서 심문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박 전 대통령 측은 전날(27일) 영장이 청구된 뒤 영장실질심사 출석 여부를 놓고 이틀째 고심을 거듭했다. 출석 시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 대중들에게 불명예스러운 모습으로 각인될 수 있고, 불출석하면 마지막 소명 기회를 포기하고 서면심사만으로 대체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영장발부까지 각오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 손범규 변호사와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다른 변호사들은 전날에 이어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 심사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전격적인 영장심사 출석 의사 표시는 벼랑 끝에 선 박 전 대통령의 처지를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당시 재판부는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소환 불응 등을 들어 법치주의 무시와 함께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는 호된 질타를 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도 파면 이후 ‘민간인’으로 내려온 자신의 신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여론의 동향까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소환조사 때부터 “적극 소명해 막을 건 막겠다”는 기조를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영장심사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 운명이 사실상 끝장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장심사를 거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전직 대통령의 첫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으로서도 일대 사건인 만큼 법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문을 위해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청사 인근 통제 범위를 고민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이 방대해 통상 구속영장 청구 이틀 뒤 잡던 심문 기일을 사흘 뒤로 잡았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영장청구 사건과 관련된 기록을 최종 확인한 결과 500쪽짜리 기록이 220여권에 이르고 이는 12만여 쪽에 해당한다”며 “기록 검토를 위한 절대적 시간이 통상의 2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영장 전담 판사가 기일을 3일 뒤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사상 첫 전직 대통령의 심문 출석에 따라 경호 문제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가 의무화(2008년)되기 전에 구속수사를 받아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박 전 대통령의 출석으로 지지자 등이 법원 일대에 몰려 혼잡을 빚을 것에 대비해 경호 인력 배치와 청사 주변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 출석 절차와 관련해 청와대 경호실 등과 사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하루 전 심문용 구인장을 발부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로 한 이상 심사를 마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 구치감 또는 서초경찰서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 장소는 실질심사가 끝날 무렵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초경찰서는 각각 회의를 열고 박 전 대통령 수감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재벌이나 정치인들도 구속을 앞두고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구속을 앞둔 실질심사 법정에서 펑펑 울은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을 두려워하면서 변호인들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담당 검사에게 ‘검사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해명한 바 있다. 과연 구속을 앞둔 상황에서도 침착한 모습을 유지할지, 아니면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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