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검찰 조사 당시(21일) 뇌물 운운하는 검사의 말에 몹시도 자존심이 상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는 '피 말리는 하루'가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승용차를 타고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곧장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해 다시 한번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심사에 출석해 구속수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 예정이다. 모두 13개 혐의가 적용된 만큼, 출석 직전까지 대응 방안 등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는 수사기관에 출석한 뒤 법원으로 이동해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신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자택에서 법원으로 곧장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에 들르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출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심사 직전 법원 4번 출구를 통해 321호 법정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후 13가지 혐의를 두고 구속수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검찰과 이에 맞서는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 사이 치열한 공방이 전개된다.

심사는 장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양측이 다수 인력을 투입해 혐의별로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사장 심사 시간인 7시간30분을 넘길 수도 있다.

검찰에서는 대면 조사를 진행했던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가 심사에 나갈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대면 조사에 입회했던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 때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이 사용됐으나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는 '피의자'로 불리게 된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13가지로 많고 양측의 다툼도 심해 영장 실질 심사 시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때의 7시간30분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영장 발부 여부 결정 역시 31일 새벽녘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측 공방이 끝난 후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지정한 장소에서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관련법은 교도소나 구치소, 경찰서 유치장을 유치 장소로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청사 구치감 등도 대기 장소로 거론된다. 통상 심사가 끝난 이후 법원과 검찰 협의를 통해 장소를 결정하지만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심사 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여부는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판사가 수사 기록과 심사 내용을 검토한 뒤 결정한다. 기록이 12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 만큼 결정 역시 31일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심사를 받은 이 부회장 영장은 17일 새벽 5시35분께 결정된 바 있다.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의자를 서울구치소에 구속하고자 구속영장 발부를 청구한다"고 적시했다. 전례에 비춰 구치소로 이동하는 과정도 청와대 경호 인력이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구속 영장이 기각될 경우 대기 장소를 떠나 즉시 귀가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모여있을 삼성동 자택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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