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금융시장 인사들 중 우리나라가 다음달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높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지만 '중국보다는 대만과 한국을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대미(對美)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서 한 방향으로 반복적 개입 등 세 가지다. 우리나라는 앞선 두 가지 이미 해당돼 환율조작국 직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다.

30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 미국 재무부가 '환율 조작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한국, 중국, 대만 중에서 한국과 대만이 중국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부는 4월 15일 환율보고서를 내놓고 환율조작국 지정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한국,중국,대만 모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연간 GDP 대비 2% 이상 달러를 매수해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수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이와증권의 케빈 라이와 올리비아 샤 애널리스트는 "한국과 중국, 대만 중 미국 재무부가 그동안 적용해온 환율조작국 지정요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없지만 재무부가 첫째 요건을 완화하면 대만이, 셋째 요건을 완화하면 중국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와 시아 애널리스트는 "이번에는 어떤 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평가 기준을 바꾸고 싶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라는 의미다.

작년 10월 미 재무부는 한국과 중국, 대만, 독일, 일본, 스위스 등을 환율 조작에 관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이 중 한국은 세 번째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관찰 대상국으로만 분류됐다.

한편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한국을 이른바 '환율조작국'에 지정할 가능성과 관련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행 미국 교역촉진법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작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미국 재무부 장관이 각국 환율 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했다"며 "조금 경계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이 (환율조작국) 기준을 바꿀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고 중국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기준이 묘해질 수 있다"며 "그런 가능성이 혹시 있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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