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5·9 대통령 보궐선거의 대진표가 4일 사실상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간 5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후보 기호는 정당별 국회 의석수에 따라 정해진다. 대선 완주 시 문 후보 1번, 홍 후보 2번, 안 후보 3번, 유 후보 4번, 심 후보 5번이 된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34일간 누가 얼마나 강력한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느냐만 남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을 어떻게 극복하는냐가 관건이다.

'프레임 전쟁'의 시작

대선 1라운드에 가장 강력하게 맞붙고 있는 프레임은 ‘적폐 연대’ 대 ‘패권 세력’이다. 적폐 연대 프레임은 가장 앞서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수성(守城) 전략’ 중 하나다. 안 전 대표의 부상(浮上)을 막고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결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문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안 전 대표를 향해 “적폐 세력을 지지한 표심에 손을 내미는 모습 자체가 촛불 민심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연대를 ‘적폐’로 규정한 셈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이끈 ‘정권 교체 열망’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이른바 ‘더 좋은 정권 교체론’이 다시 대선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가 최근 내놓은 ‘무능력한 상속자론’은 ‘더 좋은 정권 교체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안 전 대표는 “무능력한 상속자에게 국가를 맡기면 안 된다”며 박 전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유산을 받아 손쉽게 올라간 사람들이 어떻게 됐느냐”고 반문했다. 안 전 대표의 실제 타깃은 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속자라는 얘기다.

선거 전문가들은 상대의 단점을 공격하면서 후보의 장점이 부각돼야 캠페인의 파괴력이 커진다고 조언한다. 그런 점에서 ‘무능력한 상속자론’은 안 전 대표의 히든카드다. 문 전 대표를 ‘2인자’로 깎아내리는 동시에 자신을 ‘자수성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정치 입문 이후 이렇다할 정치적 성취를 보여 주지 못한 점은 숙제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공세는 ‘패권주의’로 요약된다. 문 전 대표 진영이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 구도를 곧바로 안 전 대표와 구(舊)여권 간 연대로 규정하고, 반문 인사들을 향한 문자 폭탄을 ‘양념’이라고 받아넘기는 등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패권주의 프레임’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나(문 전 대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몰상식, 불의라고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패권주의의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몰락 이후 권력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만큼 반문 진영은 노무현 정부 당시 부정부패와 실정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2006년 불거진 도박 게임기 ‘바다이야기’ 사건의 수익금 문제 △문 전 대표 아들의 특혜 취업 의혹 △노무현 정부 당시 이석기 특별사면 문제 등을 ‘3대 의혹’으로 제기한 뒤 “국민 시각에서 패권적 오만함을 검증하겠다”고 별렀다.

 
'아킬레스건'을 극복하라

이들 후보 5인에 대한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 분석을 해 보면 문 후보의 최대 강점은 바로 ‘대세론’이다. 현재 5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를 벗어난 1위를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될 정도다. 그러나 아들 특혜 채용 논란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향후 기회 요인으로는 ‘중도·보수 분열’이 꼽힌다. 보수 표심이 안 후보와 홍 후보로 나뉠 경우 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문(비문재인) 연대’가 성사돼 선거 구도가 양자대결 양상이 되면 문 후보의 ‘대세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홍 후보의 강점으로는 ‘뚜렷한 소신’, ‘강한 추진력’, ‘강단 있는 이미지’ 등이 꼽힌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빚어진 ‘후보 자격 논란’은 약점으로 인식된다. 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자신이 ‘큰집’이라고 표현하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우파 대연합’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 막판 홍 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보수층에 비교적 거부감이 덜한 안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 줄 가능성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안 후보는 ‘외연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안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뿐만 아니라 중도·보수 진영에서도 상당한 지지율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안 후보가 보수 진영의 홍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홍 후보 지지율의 대부분을 흡수하며 문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도 속속 나온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안철수 대세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뿐만 아니라 문 후보의 지지 기반이기도 한 호남민들이 대선에 임박해 문 후보 쪽으로 전략 투표를 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어 속단하긴 이르다.

유 후보는 ‘합리적 개혁 보수’, ‘정책통’, ‘탄핵 찬성 세력’ 등으로 대표된다. 자신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일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유 후보는 일단 ‘보수 단일 후보’가 돼야 보수 세력 결집을 통해 당선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지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현재로선 전망이 다소 어둡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심 후보가 진보 진영의 적통 후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대선이 1, 2위 후보 간 초박빙 싸움으로 흐르게 되면 심 후보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문 후보 측으로부터의 단일화 압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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